여름밤- 최영철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그는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었던 거다 무슨 말인가를 묻고 싶었던 거다 철벽 모기장 뚫고 들어와 내 몸에 가시 꽂고 제 몸에 독침 꽂고 쏟아낸 말씀들이 아침 배수구에 흥건하다 어지러운 소문들이 낭자하게 간밤의 꿈을 날렸다 나를 어르고 깨우다가 정녕 그는 이 여름 안에 무슨 말인가를 듣고 싶었던 거다 무슨 말인가를 답하고 싶었던 거다 촘촘한 철벽수비의 모기장 안으로
꿈은
그 모기떼들은
어떻게 밀고 들어왔을까.
■시인의 말
창문을 있는 대로 다 열어 젖히고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다 내팽개치고 이 여름의 나는 무방비의 상태가 되어 있다. 한 여름 밤의 극성스러운 모기떼와 불길한 꿈들은 그 빈틈을 헤집고 소리 소문 없이 잠입해 들어온다.
■약력
1956년 경남 창녕 출생 1978년 경동공전 졸업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가족 사진' '홀로 가는 맹인 악사' '야성은 빛나다' '일광욕하는 가구'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등 백석문학상(2000)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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