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월드컴 등의 기업 회계부정으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부유층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기업 경영 조기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플로리다의 초호화 호텔 팜 비치 리츠칼튼에서 3일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어린이 금융 캠프 2002'에는 950달러씩을 낸 어린이들이 주가지수, 합병, 주식, 채권, 투자신탁 등을 배우고 있다. 미시간호 호반에서 열리는 여름 캠프에 자녀를 보내 캠프 파이어를 즐기도록 하는 보통의 미국 부모와 달리 이곳에 자녀를 맡긴 사람들은 모두 갑부들이다. 이 캠프에는 플로리다의 재활용 회사 여성 CEO인 11세의 데본 그린을 비롯해 11∼19세 13명이 참가하고 있다.
약세장에서의 투자 기법을 배우고 있는 그린의 일과는 동부 최고 주식분석가와의 전화 회의로 시작한다.
벤츠를 타고 호텔에 도착한 폴 램버트(16)는 상의 윗주머니에 몽블랑 만년필을 꽂으며 "이번 여름에 한 일 중 가장 재미있다"며 "나이가 들면 CEO가 되고 싶은데 돈과 권력은 무승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번째 이 캠프에 참가한 캐시(16)는 "세계 최대 자본주의 국가의 최고 인물들과 어느 곳에서 대화할 기회가 있겠는가. 이 캠프는 마이클 조던이 나오는 농구 캠프와 마찬가지다"라며 즐거워했다.
캠프 첫 시간에 강사인 브래들리는 자신이 쓴 '일확천금 관리법'이라는 책을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이 세상에 돈과 관계되지 않은 것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어린이들은 일제히 머리를 가로저으며 "아니요"라고 답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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