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독자들에게. 나의 책을 많은 일본인들이 읽어주어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나는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이 책이 미래의 일한(日韓) 우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나로서는 그것 이상 자랑스러운 일이 없겠습니다. 서울에서 김완섭." 최근 일본 신문에 게재된 '친일파를 위한 변명'이라는 김씨의 책 번역본에 대한 광고 내용이다. '이 책으로부터 역사가 변한다'라며, 큰 반응을 일으켜 30만부를 돌파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광고는 '신세대의 한국인 작가가 처음으로 공평한 시점에서 묘사한 일한사(日韓史)'라며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 통치는 정말로 악이었던가, 일한 우호는 역사의 왜곡을 바로잡는 것으로부터, 근대화도 경제개발도 일본의 협력이 있었기에, 한국은 편협한 반일 교육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면서 이 책에 공감한다는 독자들의 감상문을 간단히 곁들이고 있다.
■ 이 책의 저자 김씨가 광복절 하루전인 14일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민비를 없앤 일본의 처사는 우리 입장에서 고마운 일이며, 한일합병을 반대해 자결하거나 일제에 저항하다 죽어간 사람들은 지킬 가치가 없는 것들을 지키려다 개죽음을 당한 것"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명성황후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그는 인터넷에 올렸던 이 같은 글을 모아 책을 발간했고, 그 책이 일본에서 번역 출판됐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책을 쓰느냐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또 민주 사회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사회다. 누구든지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다. 독일에서도 '신 나치주의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서, 애써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씁쓸한 맛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한 '자생적 친일파'가 자기 합리화를 위해 과거 친일 했던 선배들을 내세워 '변명'을 늘어놓은 것이라고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최근 요미우리 신문은 태평양 전쟁 때 아시아 각국에 대한 일본의 침략 사실을 부인하는 사설을 썼다. 이래저래 이번 8월은 참으로 많은 것을 다시 생각케 한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