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옷 입고 밤길 걸어 왔제. 깜깜한데 누가 알아줄 것이여. 그래도 열심히 걸었지."올해로 칠순을 맞은 판소리 명창 성우향(사진)은 지나온 세월을 그렇게 표현했다.
6세에 판소리에 입문한 그는 1960∼70년대 전성기를 누리며 최고의 명창으로 이름을 날렸고, 누구보다 많은 제자를 길러냈지만 문화재 지정은 올 2월에야 받았다. 그에게 심청가를 배운 큰 제자 안숙선이 앞질러 문화재가 됐으니 섭섭할 만도 한데, "소리가 중요하지 간판이 뭣 땜시 중요허냐"고 묻는다. 판소리 마니아들은 고제(古制) 소리의 우람한 법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를 판소리 왕중왕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칠순을 축하하는 제자들의 헌정 무대가 9월 1일 오후 5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1부 헌정 공연, 2부 기념식, 3부 팬 사인회의 순으로 이어지는 이 자리는 안숙선 김수연 김영자 박양덕 등 그가 길러낸 중견 명창들과 이호성(가곡·가사), 이애주(승무), 김무길(아쟁), 정화영(북) 등 명인들이 참여해 공연을 꾸미고, 그의 일생을 돌아보는 영상 다큐멘터리도 상영한다. 그는 춘향가 중 옥중 대목을 30분 정도 부를 예정이다.
때맞춰 그의 판소리 춘향가 완창 CD(5장, 코웰 뮤직 제작)가 나와 발매 기념식을 겸한다. 1986년 공연실황이 담긴 이 음반은 "내 북에 앵길 소리가 없다"고 했던 명고수 김명환(1913∼1989)의 유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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