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마다 부레옥잠 꽃이 한창입니다. 하도 비가 많이 와서 시달리기도 했으련만 언제 봐도 싱그럽고 아름답습니다. 부레옥잠을 두고 봉안련(鳳眼蓮)이라고도 부릅니다. 부레옥잠의 여섯 갈래로 갈라진 연보랏빛 고운 꽃잎 중에서 가운데 크게 선 꽃잎 조각에는 진한 보라색 줄무늬와 둥근 모양의 노란색 큰 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봉황의 눈동자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입니다. 참 멋진 비유가 아닐 수 없습니다.부레옥잠의 고향은 열대 아메리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에는 어항이나 연못에 넣어 기르며 꽃을 보려고 심었고 요즈음엔 물을 깨끗이 하는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여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하지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옵니다. 줄기의 중간 부분이 부풀어 올라있는데 얇은 막이 여러 개의 방을 나눠 그곳에 공기가 들어갑니다. 식물체를 물에 잘 뜨게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생김새나 기능이 물고기의 부레와 똑같지요. 사실 물에 떠서 사는 식물들에게는 물에 뜨는 장치들이 다 있는데 마름은 부레옥잠처럼 줄기 중간에, 자라풀은 잎 뒷면에 있습니다.
부레옥잠이 물을 깨끗이 하는 능력은 정말 뛰어나다고 합니다. 한 실험 기록을 보니 가로 세로 100m 정도의 면적에서 자라는 부레옥잠이 물에서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질소와 인 2,000㎏을 깨끗이 하는데 이것은 500여 명의 사람들이 내버리는 폐수를 깨끗한 물로 바꾸는 셈입니다. 여린 식물의 힘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부레옥잠이 이렇게 좋은 능력이 있다고 온 강과 못에 마구 집어넣는 일은 한 번 깊이 따져볼 문제입니다. 이 식물은 본래 고향에서는 여러해살이 풀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해 밖에는 못 삽니다. 겨울 날씨가 추워 얼어죽기 때문이지요. 수온이 섭씨 20도 이상이라야 잘 자라며 영하 3도가 되면 동해를 입게 된다고 하죠. 그러니 부레옥잠이 겨울을 나려면 아주 따뜻한 남부지방이나 제주지역으로 가거나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문제는 그때부터 발생합니다. 수질을 정화시킨다는 것은 오염물질을 식물체 내에 축적시키게 되는 것인데 가을이 되어 물 한가운데서 얼어죽어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오염물질은 그대로 물로 들어가 다시 물이 오염되죠. 또 식물체가 썩으면서 산소를 소모하므로 더욱 수질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이러한 부레옥잠을 걷어내어 다시 퇴비로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인데 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자연은 정말 만만치가 않은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언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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