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체육정책 결정의 꼭지점에 자리한 인물은 박명철(61·사진) 내각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겸 북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다. 1941년 9월15일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난 그는 역도선수 출신으로 평양체육대학을 졸업한 체육인이다.박명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학시절부터 우정을 나눠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수행했던 인물로 북한 권력 상층부 내의 실세로 통한다.
박명철이 일본에서 한국인의 기개를 떨친 프로레슬러 역도산(본명 김신락)의 사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63년 일본 불량배의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난 역도산의 고향은 함경남도 용원면 신풍리. 30년대 후반 함경도를 순회한 일본 스모선수단은 당시 씨름대회에서 우승을 한 역도산의 형(김항락)을 영입하고자 했으나 "장남은 절대 안 된다"는 아버지 김석태의 반대에 부딪쳤고 결국 동생 역도산이 대신 현해탄을 건너게 됐다.
몇 해 뒤 휴가를 받아 고향을 찾은 역도산이 아버지가 미리 정혼을 해둔 정부인과 이틀 밤을 보냈는데 그 때 잉태된 외동딸이 박명철의 부인인 김영숙이다. 역도산은 북한산 술의 이름으로도 등장할 정도로 북한 내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는 인물로 김일성 전 북한주석은 김영숙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박명철은 76년 3월 국가체육위원회 부위원장, 86년 4월 국가체육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승진했다. 91년 5월 북한축구협회 부위원장을 거친 그는 이듬해 12월 국가체육위원장으로 전격 등용된 뒤 당 중앙위 후보위원의 지위에 올랐고 93년 북한올림픽위원장을 맡으면서 명실상부한 체육계의 수장이 됐다. 박명철은 스포츠 가족을 이루고 있다. 부인 김영숙은 농구대표 선수였으며 넷째 딸 박혜전은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한 역도선수다.
박 위원장은 북한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추천됐지만 대외활동이 없었고 영어가 능통하지 못해 장 웅이 대신 IOC위원이 됐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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