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구입자 가운데 자금출처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탈세 혐의자들의 투기 사례는 충격을 넘어서 허탈감마저 불러 일으킨다. 아무 직업도 없는 50대 여성이 9가구의 아파트를 보유한 것도 모자라, 최근 3년 사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17가구를 사들여 모두 26채를 소유하고 있다.연간 소득을 800만원 정도로 신고한 변호사ㆍ의사 부부는 상가와 아파트 16가구의 소유자다. 우리사회의 대표적 고소득층인 의사ㆍ변호사가 세금은 거의 내지 않고 수 백억원 대의 사재기성 투기를 일삼아 왔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조사대상 252세대 중 3분의 1인 86세대가 서울과 수도권에 5채 이상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아무리 아파트와 상가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세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취득했다면 문제 삼을 게 못 된다.
그러나 돈벌이를 위해 탈세를 서슴지 않는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탐욕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아파트 10채를 사들인 변호사ㆍ의사 부부는 각자 월급이 30여 만원이고, 한달 총 가정소득이 67만원에 불과하다고 신고했다.
도대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소득 신고와 마구잡이 투기가 이루어지는 동안 국세청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말인가. 서민이 겨우 살 집 하나를 장만해도, 득달같이 나오던 세금 관련 고지서들이 투기꾼들에게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세무당국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세원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국세 및 행정 전산망을 활용하면 투기 의혹이 있는 아파트 구입자들의 현황과 신상 파악은 언제든지 가능한 것 아닌가.
평소 투기 적발에 손을 놓고 있다가 아파트 값이 오를 대로 오른 뒤에 세무조사를 해 봐야 뒷북치기에 지나지 않는다. 세무당국의 강력하고 일관된 투기 적발 노력과 근본적인 부동산 안정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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