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는 시종 폭언과 고함이 난무, 난장판을 방불케 했다.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서울구치소를 방문, 병역비리 수사에 관여한 김대업(金大業)씨의 출정기록 제출 및 검증을 요구한 데 대한 적법성 여부를 놓고 난타전을 벌이면서도, 틈만 나면 상대 당에 대한 정치공세를 폈다.
양 당은 이날 법사위 공격수로 각각 이재오(李在五) 홍준표(洪準杓) 의원과 추미애(秋美愛) 김경재(金景梓) 의원을 긴급 투입했다.
먼저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김대업씨의 출정기록 제출 요구는 병역수사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로, 일당 독재의 횡포”라며 “대권이 눈 앞에서 어른어른한 모양인데 떳떳하게 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의원은 또 “한나라당은 한인옥(韓仁玉)씨를 (회의장에) 불러 ‘병무청 앞 다방에 나갔느냐’고 물어보면 좋겠느냐”고 힐난했다.
이에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발끈, “김대업 조사는 공작 검찰조가 있다는 이해찬(李海瓚) 의원의 발언 때문”이라며 “이번에 병역비리 공작팀장인 서울지검 3차장에 임명된 정현태 차장도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의 단국대 인맥의 핵심이고, 차용애씨(김대중 대통령의 사별한 부인)의 친인척이라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용균(金容鈞) 의원은 “김대업 조사는 사기 전과 7범이 구치소를 1년간 활동무대 삼아 139일을 검찰에서 호위호식하며 수사했던 국정문란 행위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귀당의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1997년에 이회창 후보의 병역비리를 겨냥, 이 후보를 위선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발언하지 않았느냐”며 “수사를 지켜볼 것이지 왜 호들갑을 떠느냐”고 공박했다.
김경재 의원은 “김대업씨가 139회 출정했다는데 경성사건 때는 경성 사장이 250회를 교도소에서 나온 전례가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러자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왜 김대업을 그렇게 옹호하느냐”며 “김대업이 민주당 대표냐, 아니면 대통령 후보냐”고 비아냥댔다.
이에 김경재 의원은 “원내총무까지 지낸 사람이 무슨 말버릇이 그러냐”며 “하늘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맞고함을 질렀다.
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 의원은 “민주당 중진인 이해찬 의원이 이미 공작수사를 고백하지 않았느냐”며 “이 의원이 박지원 비서실장에게 들었는지, 김정길 장관과 사전에 짰는지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에 앞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인사 차 법사위원장실을 찾아온 김 장관에게 “해임건의안이 제출됐는데 사퇴하라”고 요구했고, 김 장관은 불쾌한 표정으로 “알아서 하라”라고 쏘아붙인 뒤 자리를 피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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