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23일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 때문이다.박 의장은 아직까지는 “국회법에 따르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국회법 130조는 탄핵소추 발의가 있으면 의장은 즉시 본회의에 보고토록 돼 있다. 문제는 보고 이후의 해임안 처리 과정이다. 표결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교섭단체간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하는 규정이 국회법에는 없다.
따라서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판단일 뿐 인데 이에 대해 박 의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보고 이후 해임안 처리에 대해서는 양당 총무가 협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만 강조할 뿐이다.
박 의장으로서는 당적을 버리긴 했지만 친정인 한나라당의 사정을 모른 채 하기가 쉽지 않다. 가까스로 병역 비리 공방에서 대반전의 기회를 잡은 한나라당으로서는 해임안 처리에 목을 매고 있다. 만에 하나 해임안 표결이 무산되면 공세의 기세가 한풀 꺾일 수 밖에 없고, 다음 공세 수순을 밟기도 여의치 않다.
반면 양당의 합의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 한나라당만의 단독 국회를 받아들이기도 결코 수월치 않다. 민주당은 박 의장이 취임 시 다짐했던 ‘공정하고 중립적인 국회 운영’을 거론하며 “의장은 특정 정파의 이해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의 관측도 엇갈린다. “단독 국회 사회를 보기에는 박 의장 개인의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한나라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중립 운영, 양당 합의를 강조하겠지만 결국에는 의사봉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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