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증권사에 개설된 법인고객의 계좌를 도용, 온라인 거래로 258억원의 주식을 매수한 사이버 계좌도용 사고가 처음 발생했다. 해당 기관투자가는 원하지 않은 주식을 대량으로 떠안은 셈이어서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다.23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신원미상인 사람이 대우증권 계좌에 개설된 현대투신운용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도용, 델타정보통신 주식 500만주를 온라인 매수했다.
그는 오전 9시18분 대우증권 홈페이지에 사이버 계좌등록을 한 뒤 10시4분께 델타정보통신 주식 100만주를 매수하는 등 1분30초간 모두 5번의 주문을 통해 전체 발행주식(734만주)의 68%인 500만주를 사들였다.
현대투신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투신 등의 법인고객은 사이버거래를 하지 않고 유선 등 오프라인 거래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일반 투자자가 오전 9시께 대우증권에 전화해 오프라인 계좌를 온라인으로 등록해 달라고 요구하자, 확인도 않고 등록을 시켜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좌번호, 비밀번호,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빼내면 누구든 온라인 매매가 가능하다"며 "거래 전 인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알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조직적인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수 의도에 대해 "작전세력들이 이미 매입했던 주식을 고가 매도할 목적으로 이런 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7월 코스닥에 등록한 델타정보통신은 통신시스템 통합 전문업체으로, 4~6월 1,000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주가가 최근 5,460원까지 급등하면서 '작전세력' 개입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이날 주가는 개장과 함께 하한가인 4,410원으로 출발, 대량 매수가 시작되자 7.1%(360원) 급등했다가 주문 체결이후 다시 하한가로 추락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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