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자가 26채의 아파트를 소유하는 이세상에 과연 정의가 있단 말인가." "서민들 가슴에 못질하는 정책에 분노보다는 허탈감을 느낀다."강남지역 아파트 투기실태 발표 하루만인 23일 국셏ㅇ 홈페이지에는 투기꾼의 행태에 분통을 터뜨리는 글이 쏟아졌다. 50대의 무직 주부가 3년간 17채의 아파트를 싹쓸이하고, 고소득전문직의 대표격인 의사, 변호사가 소득신고는 쥐꼬리만큼 한채 아파트 투기를 일삼아 왔다는 사실에 분노와 좌절을 느낀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세청은 전날 주택 시장 안정대책의 하나로 자금출처 조사를 발표하면서 고소득층의 투기실태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부유층의 투기와 탈세가 어떻게 국세청의 세원관리 시스템에서 확인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극소수의 투기꾼', '업무과중' 등으로 얼버무렸다. 서민들의 분노가 국세청을 향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세청의 예상은 적중했다. 한 네티즌은 "연말정산 때 세금 몇 푼 아끼려고 편법을 사용한 봉급쟁이를 그렇게 다그치던 국세청이 고소득자의 탈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뭐했냐"며 따져 물었다. 국세청은 의사, 변호사 등 소득보다 세부담이 낮은 고소득전문직에 대해 세무조사 강화, 신용카드 사용 권장 등의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 세원발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북 약속한 공평과세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현실이 이번에 새삼 확인됐음에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더하다.
세금 한푼 내지 않으면서도 아파트를 사재기하는 고소득 투기꾼들로 인해 정직하게 세금을 내며 살아온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불가능해진다면 누구도 이를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서민들 가슴에 뚫린 구멍만큼이나 조세정의에도 커다란 구멍이 나 있음을 정부는 자각해야 한다.
/김정곤 경제부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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