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병풍수사 기획설’이란 무엇인가. 야당도 아닌, 민주당의 중진인 이해찬 의원의 입에서 “검찰이 ‘정치적 사안이라 인지수사가 곤란하니 대정부질문에서 문제를 제기해달라’고 했다”는 말이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이 의원은 실수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자신의 발언이 예상치 못한 파문을 가져오자 뒤늦게 말을 바꾸었지만 당초에는 분명히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을 ‘청탁자’로 지목했다고 한다.
민주당쪽의 주장대로 이 사건의 본질은 물론,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상황이 대통령 선거전의 ‘좋은 재료’로서 민주당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이 사건의 또 다른 본질이기에 충분하다.
현정권이 들어선 이후 권력과 검찰이 유착되어 검찰수사가 왜곡된 경우가 여러 차례 드러남으로써 검찰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그래서 ‘병풍수사 기획설’의 진위를 가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당사자인 이해찬 의원이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 이 의원은 “대정부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난 7~8명의 사람 중 한 사람”이라며 입을 다물 자격이 없다. 자신의 실언으로부터 엄청난 의혹이 불거진 만큼 스스로가 사실규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누구라고 이야기하면 일이 복잡해진다”는 어설픈 변명이나, 밝히기 곤란한 개인적인 사유 등이 이 의무에 앞설 수는 없다.
우리는 병풍수사가 시작될 때 한나라당이 박 부장검사의 출신지역과 학교 등을 거론하며 사건배당을 맡기지 말도록 요구했던 것을 비판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의원의 발언에서 비롯된 ‘병풍수사 기획설’에 대해 검찰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주문한다. 검찰조직이 받고 있는 의혹을 스스로가 벗지 못하면 검찰이 내놓은 어떤 수사결과도 의심 받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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