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의 가정주부가 강남 재건축 예정아파트를 집중매입해 26채를 보유하고, 연간소득을 800만원으로 신고해온 변호사ㆍ의사 부부가 상가와 아파트 16채를 구입해 호화생활을 누리는 등 충격적인 탈세와 투기 실태가 22일 국세청의 발표로 드러났다.특히 우리 사회의 대표적 고소득층인 의사, 변호사 등이 세금은 거의 내지 않고 수백억원대 투기를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나 조세정의가 실종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한달 소득 67만원에 부동산은 16채
강남구 대치동에서 80평형짜리 고급아파트에 살고있는 변호사 장모(50)씨와 의사 김모(46ㆍ여)씨 부부는 1999년 이후 각자 명의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송파구 시영 및 수도권의 주공아파트를 5채씩 구입했다.
이전에도 상가와 아파트 등 6건의 부동산을 집중매입해 온 이들의 부동산 물건은 모두 16채로 불어났다. 장씨가 평균 2억원에 구입한 송파구 시영아파트의 현재 시가는 가장 작은 13평형도 3억원을 육박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의사와 변호사 개업을 한 이들의 투기행태는 전문 투기꾼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최근 4년동안 세무당국에 신고한 소득금액은 모두 3,300만원.
부부가 의사와 변호사 생활로 벌어오는 각자 월급이 30여 만원이고 한달 총 가정소득이 아파트 유지비를 낼 정도인 67만원에 불과하다고 신고한 것이다. 국세청은 이들 부부가 사업소득과 상가 등의 임대소득을 탈세했을 것으로 보고 자금추적 및 세무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또 다른 의사 오모(60ㆍ강남구 역삼동)씨는 98년 이후 본인과 가족명의로 빌딩점포 2채와 아파트 5채를 취득했다. 국세청은 오씨가 부인과 자녀 3명에게 아파트 구입자금 25억원을 사실상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를 잡고있다. 오씨가 세무당국에 신고한 연간 소득도 3,000만원에 불과했다.
■무직 50대 주부가 아파트 26채 보유
99년 이전까지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9채를 보유하고 있던 송모(55ㆍ여ㆍ강남구 개포동)씨는 이후 강남 주공 등 재건축 예상 아파트 17채를 추가로 매입해 현재 모두 26채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아파트 매입에 든 자금만 36억원으로 이 가운데 3채는 자녀 2명의 명의로 구입했다.
국세청은 송씨와 남편이 일정한 직업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각종 은닉소득을 탈루했을 가능성과 구입자금을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증여 받았을 가능성을 두고 자금추적을 벌일 예정이다.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주택에 거주하는 안모(51)씨도 일정한 직업이 없는데도 지난해부터 부인과 자녀 명의로 강동구 아파트를 5채나 매입했다. 국세청은 안씨가 95년 이후 해외여행을 33회나 다녀오는 등 무직자로 호화생활을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은닉소득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외에 공인중개사가 강남지역의 아파트 8채를 14억원에 본인과 부인 명의로 구입하고 자영업자도 가족 명의로 9억원 상당의 재건축 아파트 7채를 사들이는 등 일반인의 극심한 투기행태가 드러났다.
사회지도층을 포함한 투기꾼의 아파트 사재기에 대해 시민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 정부의 부동산대책 소홀을 질책했다.
참여연대 박원석 시민권리국장은 “세무당국 등 정부가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세원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라며 “강력하고 일관된 투기근절 대책과 근본적인 부동산 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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