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국내 항공산업 3사를 통합해 출범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외자유치를 둘러싼 경영진의 내부 갈등과 육군참모총장 출신 길형보(吉亨寶) 사장의 공직자윤리법 위반시비 등으로 경영 정상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22일 산업자원부와 KAI 관계자들에 따르면 5월부터 진행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무기 중개상 아드난 카쇼기씨와의 2억달러 외자유치 협상이 최근 카쇼기측의 ‘추가협의 중단’ 통보로 사실상 무산됐다. 카쇼기측은 최근 길 사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부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KAI측이 나와 나의 대리인들을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들이라고 비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4월 KAI사는 카쇼기측과 외자유치 문제를 최초 협의했던 장모 전무를 보직해임했다. 장 전무는 카쇼기측과 접촉했던 인물로 이번 사건 이전부터 길 사장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전무는 자신이 카쇼기측과 비밀약속을 한 것처럼 길 사장이 음해했다며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회사측은 장 전무 해임 이후에도 카쇼기측과 몇차례 접촉을 갖고 외자유치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장 전무 해임과 비밀약속 논란에 대한 카쇼기측의 반발로 추가 협상이 중단됐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미국계 투자펀드인 칼라일 등과도 외자유치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KAI의 재무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외자유치가 조기에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가 길 사장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KAI는 안팎으로 분란에 휩싸였다.
참여연대는 19일 서울지검에 낸 고발장에서 “길 사장이 ‘퇴직 공직자가 퇴직전 업무와 유관한 기업체에 취업하기 위해선 취임 15일전 신청서를 해당 부처장에게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공직자윤리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길 사장은 지난해 10월12일 육군참모총장에서 퇴임한 뒤 같은달 22일 KAI 사장에 취임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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