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정씨(38ㆍ서울 동부이촌동)는 지난해 9월 아파트를 개조해 이사하면서 집에서가장 크고 채광이 좋은 안방을 패밀리룸으로 바꿨다. 안방을 가족들이 함께 쉬고 노는 안락한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TV와 컴퓨터, 아이들 장난감,3인용 소파에 짝이 맞지 않는 의자 몇 개를 들여놓고 가족사진과 꽃무늬 천으로 장식했더니 방은 가족의 살 냄새가 스민 따스한 공간이 됐다.“집구경 오는 사람마다 너무 부러워해요. 온 가족이 한데 모여서 책 읽고, TV 보고, 장난치고, 뛰고, 그냥 푹 쉬는 기분으로 저녁 한 때를 즐길 수가 있는 공간이잖아요.아무래도 거실은 손님 접대장소로 많이 쓰이니까 어질러지면 신경 쓰이는데 패밀리룸은 어질러도 그만이고, 또 사통팔달로 터진 거실보다 아늑한 분위기도더 나구요. 열명이면 여덟 아홉은 자신들도 패밀리룸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하지요”
문씨의 경우처럼 요즘 리모델링을 하면서 패밀리룸을 꾸미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패밀리룸은 응접실과 가족실을 엄격히 구분하는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중상층 문화가들어온 것으로 거실 대신 가족들이 놀이와 휴식을 취하는 공간을 따로 만든 것. 리모델링 전문업체인 LG데코빌 한석우 선임디자이너는 “최근들어 아파트 개조의뢰를 하는 사람 10명중 1~2명은 꼭 패밀리룸을 요구한다”며“사회적으로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추세라 앞으로 패밀리룸 구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내다봤다.
패밀리룸 만들기는 집의 넓이와 상관없이 공간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관건이다.‘안방=가장 큰 방=부부침실’이라는 고정관념을깨는 것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서재와 거실, 패밀리룸과 서재 등이 한 데 믹스된 형태의 파격적인 공간활용도고려되어야 한다. 한씨는 “가족 수에 비해 방이 충분한 경우는 패밀리룸을 따로 만들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거실한쪽에 파티션을 이용해 패밀리룸 형태의 공간을 꾸미는 것도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문씨의 경우 잠잘 때만 사용하는 침실이 큰 것은 공간낭비라는 생각에 침실을 안방에딸린 쪽방으로 옮겼고 대신 패밀리룸이 안방차지를 했다. “요즘은 드레스룸을 따로 설치하거나 붙박이장이 잘 구비돼 침대와 화장대외에 특별히 들어갈가구도 없어서 침실이 클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채은영씨(34ㆍ경기 평촌)는 최근 집수리를 하면서 거실 한쪽에 있었던 홈바를없애고 대신 파티션을 세워 컴퓨터와 책장을 들여놓는 식으로 패밀리룸 겸용 공간을 만들었다. 방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한 대뿐인 컴퓨터를 초등학교고학년인 아이와 자신이 공유해야 하는데다 남편도 저녁시간대 틈틈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아들이 부쩍 컴퓨터게임에빠져있는데 유해한 게임이나 음란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감시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고 기대한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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