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는 캐나다 서해안에 있는항구도시다. 위도가 50도에 가깝지만 바로 앞에 3만2,000㎢ 넓이의 밴쿠버 섬이 해풍을 가로막아 한겨울도 평균기온 3℃의 온난한 날씨다. 북미대륙의 풍부한 임산물을 원료로 한 제재업 도시로 출발했지만, 풍광이 아름다워 휴양도시로서의 면모도 손색이 없다.해안산지가 빙하에 침식된 피오르드와 강이 어우러지고, 서북쪽을 병풍처럼 감싼 높이 2,000㎙ 안팎의 산 봉우리들은 여름에도 눈을 이고 있다.
■몇 해 전 이 도시에 갔을 때 북서쪽 주택가와 스탠리 공원을 연결하는 유명한 해상교량 라이온즈 게이트 브리지가 온종일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 오래 전에 건설된 편도 1차선 교량이기 때문이다. 왜 다리를 확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관광 가이드는 주민들 반대 때문이라 했다. 만년설이 덮여있는 해안 연봉의 완만한 산자락에 있는 주택가 주민들은, 다리가 넓어지면 그만큼 차량통행이 늘어날 것이 두려워 불편을 참고 산다는 것이었다.
■서울 강남구 못골마을 등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역 주민들이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고 나섰다는 소식도 놀랍다. 지난 30여년 동안 그린벨트를 풀어달라는 소리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지만, 그대로 두어 달라는 청원은 처음이다. 그 이유가 더 놀랍다. 그린벨트가 풀려 주거전용지역이 되면 다세대ㆍ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3류 주택지가 되리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그린벨트로 남고 ‘취락지구’ 지정을 받아 쾌적한 전원주택지로 가꾸고 싶은 욕망이다.
■ 취락지구란 신축은 안되지만 기존주택을 3층에 90평까지 증ㆍ개축할 수 있고, 근린생활 시설도 지을 수 있어 생활환경이 좋아진다. 종전에는 20가구 이상의 그린벨트 내 자연취락을 대상으로 했지만, 근래 10가구 이상으로 기준이 완화돼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3평짜리 연탄난방 아파트가 6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재건축 광풍 속에서, 개발이익보다 환경을 택한 주민들의 결정에 박수를 치고싶다. 숲과 물과 공기가 살아있는 쾌적한 생활환경이 제일 큰 재산이라는 인식이 더 빨리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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