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23일 블라디보스토크 북ㆍ러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하고, 특히 회담의 성격을 ‘실무회담’(working meeting)으로 규정함으로써 회담의제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사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알렉산드르 아브라모프 크렘린 행정부실장은 22일 “두 정상이 특히 철도연결을 위한 인프라 구축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확인했고,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겐나디 파데예프 러시아 철도장관은 “러시아는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김용삼(金龍三) 철도상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수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두 정상이 이 문제에 대해 특별 코뮤니케를 발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금껏 북ㆍ러 철도 논의는 러시아측이 강력히 요구하고 북한이 주춤하는 형세로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모스크바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측이 북한 내 철도시설을 현지 조사하고 올 초 국경역인 하산에서 궤도 조정 실험을 실시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여기에 러시아가 북측이 철도 연결의 대가로 요구한 전력 지원에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면서 논의가 급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상이 이번에 철도연결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26일 서울서 열리는 남북 경협추진위 2차 회의의 핵심 의제인 철도 연결공사 착공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실 4월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4ㆍ5 공동보도문’ 3항에 이어 14일 발표된 7차 장관급 회담 공동보도문 1항에 명시된 ‘동해선 철도 및 도로연결’ 은 바로 TSR_TKR 연결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북한은 나름대로 북ㆍ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철도 연결 문제를 감안하면서 남북관계 복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북ㆍ러 철도연결 논의의 핵심은 북한 내 철도시설 현대화를 위한 재원 확보 문제로 모아진다. 아브라모프 크렘린 행정부실장이 이날 ‘인프라’를 언급한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러시아측이 지난해 평강_원산_나진_두만강 등 북한 동쪽 주요간선 781㎞에 대해 실사와 항공사진 촬영 등을 한 결과, 북한 철도는 사실상 전면 재건을 해야 할 만큼 열악한 상태였다.
전체 구간의 평균 운행속도가 시속 30㎞에 불과했고, 일부 구간은 통나무가 침목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타르_타스 통신은 이날 “최소한 3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를 해소할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에 남한의 자본이 유입되길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남한의 대러 채권 19억 5,000만 달러를 러시아의 대북 채권 55억 달러로 상쇄하면서 북한 철도사업에 투자하자는 주장도 있다.
북ㆍ러 정상도 이를 염두에 두고 철도연결 문제에 접근할 것으로 보여 남북한 및 러시아 등 관계국 협의체 구성이 조속히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