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 행보를 지켜보는 주변 산유국들의 계산법이 복잡하다. 제2의 걸프전에 따른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 중단 사태에 대비해 러시아와 노르웨이 등은 언제든 증산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에는 이해득실이 엇갈리고 있다.내달 19일 일본 오사카(大版) 회의에서 생산정책을 결정하게 되는 OPEC은일단 증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세이크 아마다 파달 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19일 OPEC가 9월 회의에서 생산쿼터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유가 급등을 촉발했다.
그러나 막상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OPEC가 일관되게 증산정책을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OPEC는 7월 회원국들의 생산쿼터 위반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이미 공조체제에 상당한 균열이 생긴 상태다. 특히 알제리 나이리지아는 러시아 등 비 OPEC권의 시장 잠식을 의식해 자국의 생산쿼터를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4월 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 사태 등 비상시마다 슬그머니 부족분을 메워왔던 사우디아라비아도 변수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최대 맹방이었던 미국과 반목관계로 돌아선 사우디아라비아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OPEC의 감산 공백을 비집고 석유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러시아에게 중동지역의 불안은 최대 호기가 될 전망이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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