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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油價 고속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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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油價 고속 상승

입력
200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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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침체의 풍랑에 직면해 있는 세계 경제에 오일 쇼크의 암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임박설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국제유가는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30달러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는 달리 중동지역 전체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세계 경제 전체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20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27센트(0.9%) 오른 30.11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8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제석유시장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설은 갈수록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특히 미 해군이 본토와 유럽의 군사장비를 페르시아만으로 이동 배치하기 위해 민간 상선을 구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의 화학공장을 공격하려다 마음을 바꿨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제2의 걸프전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한 주 사이에 10% 이상 급등했다.

세계 산유량의 40%와 매장량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원유공급 중단사태로 이어진다면 국제유가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예측불허다.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배럴당 15달러였던 유가는 두 달 후인 10월 40달러로 치솟은 바 있다.

최근 파리바 BNO 파비바은행은 제2 걸프전이 터지면 국제 유가는 40달러까지 폭등할 것으로 내다봤고,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라크가 다른 중동국가를 공격하게 되면 유가는 6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했다.

여기에 미 원유재고가 1년 반 만에 최저치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이 석유수급 불안감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미 석유협회(API)가 집계한 주간 원유 재고량은 전주에 비해 2.3% 증가한 3억 230만 배럴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초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1월부터 단행된 석유수출구기구(OPEC)의 감산 정책의 영향으로 앞으로 몇 주 간 원유 재고량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가가 당분간 30달러 선에서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헨스톡의 석유전문가 파델 가이트는 “이라크를 둘러싼 긴장이 완전 해소되고 OPEC가 증산에 나서지 않는 한 유가는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제유가=30달러’는 경기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가능성이 적지않다.

고유가는 공공의 적이다. 당장 물가부담으로 직결된다. 인플레이션 측정 지표인 개인소비 물가지수가 고개를 들 경우 더블딥(경기 재하강)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고려 중인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고유가는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버클레이 캐피털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6~12개월 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 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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