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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10돌 /전문가 대담/ "통일 대비 깊이있는 안보대화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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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10돌 /전문가 대담/ "통일 대비 깊이있는 안보대화 서둘러야"

입력
200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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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한중 양국은 경제분야에서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반면, 정치ㆍ안보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더딘 발전을 이루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중 관계는 뒤처진 정치ㆍ안보 관계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에 달려있다고 진단한다. 24일 한중 수교 10주년을 맞아 정종욱(鄭鍾旭) 아주대교수와 김태호(金泰虎)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관계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대담을 가졌다.정종욱=수교 10년 동안 한중 양국은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인 중국이 이제는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이 됐다. 수교 당시 50억 달러였던 교역규모는 350억 달러로 7배 증가했다. 중국 사람들도 한중관계 성장속도는 어느 나라와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치 안보 면에서도 양국 정상회담이 매년 열릴 정도로 가까워졌다.

올해에는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해 양국간 안보대화를 갖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현재 세계 6위인 중국 경제력은 2010년에는 3위로 뛰어오를 것이다. 2020년이 되면 미국 경제력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태호= 양국 수교 후 각 분야에서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 내 외국 유학생 중 4분의 1이 한국 학생이다. 유엔동시가입, 한중수교, 대만 핵폐기물의 북한 반송, 황장엽(黃長燁)씨 처리 문제 등 1990년대 주요 사건때마다 중국과 한국의 이익이 합치돼 왔다. 속도는 느리지만 안보 군사 분야에서도 발전이 진행돼 왔다. 양국 국방장관의 상호방문과 양국 함정의 상대국 방문은 대표적 사례다.

정종욱= 중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개혁 개방으로 파생된 난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국유기업 개혁으로 발생한 실업자 문제는 대표적인 ‘성장의 그늘’이다. 또 경제성장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다원화 요구를 증대시키는데 중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중국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경제 대국화 향배가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초반 중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이웃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을 정치 경제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동북아에서의 우리 위상을 결정할 것이다.

그간 양국관계는 부분적인 협력관계에서 시작해 전면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했다. 국방장관 방문 등 군사교류의 의미는 매우 심대하다. 한국전쟁에 동참한 중국이 북한을 혈맹으로 간주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한중 군사교류를 결심하기까지는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다만 양국이 실질적인 안보문제를 논의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본다. 즉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로까지 발전하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김태호= 향후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올 하반기에 등장할 중국지도부의 면면이 중요하다. 물론 새 지도부도 현재의 한반도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정종욱= 올 가을 새 지도부는 현재의 개혁 개방정책을 승계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한반도 정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새 지도부는 실용적인 측면과 민족주의적 색채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들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중국 지도부의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해지면 대만을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다소 염려스러운 상황을 조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태호= 한중 양국관계의 전면적 확대 추세는 향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한 한반도정책의 목표는 안정과 긴장완화에 두어질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국측에 경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 한중관계의 문제점도 짚지 않을 수 없다.

한중 양국은 원칙적인 차원에서 국익 차이가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지만 수많은 잠재적 갈등요인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양국은 정치체제, 사회적 가치,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내 목표가 매우 상이하다. 이런 배경에서 양국은 구체적이면서, 중장기적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주적’이라는 의미는 주한미군의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 양국간의 현안인 탈북자 문제도 그렇다. 탈북자 문제를 북ㆍ중 간의 문제로 규정하는 중국은 탈북자들의 외국공관 진입사건 등을 계기로 사안별로 인도적으로 처리하는 선례를 만들었지만 원칙을 허물지 않고 있다.

정종욱= 향후 한반도에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중 양국이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양국은 북한 내 사태 발생으로 한반도 안정이 저해될 경우에 대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이런 문제를 한국정부와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 같다. 통일국가 수립이라는 당위론 측면에서 양국이 안보 대화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중 안보대화는 밀도면에서 한미, 한일 안보대화에 크게 처진다.

향후 등장할 새 중국 지도부의 민족주의적 색채는 대만문제와 달라이라마 방한 등의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달라이 라마 방한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보는 중국측과 종교적 문제로 보는 한국측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로 한중 관계가 서먹해질 수 있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추진할 경우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서 정치적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보안책을 수립해야 한다.

김태호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방문했던 달라이 라마가 우리나라를 방문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이를 계기로 한중 관계가 발전했음에도 탈북자 문제, 중국 어부의 국내 어장 침범 문제, 외교관 물리적 충돌사건 등의 외교현안이 분출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사안들에 대해 중국은 분명 한국에 대국적이고도 세련되지 못한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은 근대 이후 160여년 간 외세의 침략을 당해 외세에 매우 강한 반감을 보여왔고, 이러한 특성이 한중관계에도 어느 정도 투영돼 온 것 같다. 또 일단 세운 정책을 쉽게 바꾸지 않는 정치체제의 특성도 여러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중국 당국자들은 한번 직책을 맡으면 10년 가량 재직하면서, 장기적으로 정책을 집행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그간 중국의 입장을 지레 짐작해 스스로 목소리를 낮추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비평가들은 이를 저자세 외교라고 지적하는데, 우리에게 그런 측면이 없었다고 부인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정종욱 주중 대사로 2년 정도 있었는데, 우리 부처의 장관은 3번이나 교체돼 3명 모두를 영접한 적이 있었다. 정책의 지속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중국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베이징(北京)뿐만 아니라 중국 내 지방 공관에 전문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 중국은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중국어를 할 수 없으면 대단히 불편하다. 전문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대중외교는 베이징 중심의 외교 일변도에서 중국 지방을 포함하는 다원화한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에서도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장기적 비전을 갖고 정치, 경제, 사회문화에서의 전략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김태호 지난 10년보다는 향후 한중관계의 10년을 어떻게 준비할지가 더욱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2가지 목표를 갖고 중국을 상대해왔다. 첫째는 전면적 쌍무적 관계 발전이고 둘째 목표는 중국을 통한 한반도 통일 기반 구축이었다. 어느 정도 이들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해 먼저 반추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구체적이고 중장기적 사안에서는 양국간에 갈등요인이 아직 상존하고 있다.

또 우리와 100억 달러의 교역량을 기록하고 있는 대만과 제대로 된 관계를 정립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세계 주요도시에 취항하는 대만항공사의 여객기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다. 우리가 중급국가이고 중국 주변국이어서 압력을 더 많이 받는 것인가, 아니면 고개를 너무 숙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정종욱 대만 문제를 고려할 때 한중 수교 당시에 기본 전제인 하나의 중국 원칙 문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측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존중해야 우리도 중국으로부터 존중 받는다. 중국 정부도 합리적이어서 우리측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면 수용할 부분은 수용할 것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일뿐 아니라 동북아 경제협력의 틀을 만드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한중간의 자유무역지대도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황해권의 경제협력이 설정돼야 할 필요성은더욱 커지고 있다. 또 우리는 통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중국의 절대적인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한단계 격상시키는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 20세기에 우리는 미국, 일본 등 해양국가들과 주로 접촉해왔다. 21세기에는 막혀있던 대륙과 긴밀한 협력해야 하고,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가교가 돼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역할은 한중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키는가에 달려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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