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란 내용이 미리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던 문부식 당대비평 편집위원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_광기의 시대를 생각함’이 도서출판 삼인에서 출간됐다.이 책은 ‘광주’와 폭력, 그리고 국가 등의 문제에 대해 저자가 당대비평 등에 발표한 글을 중심으로 엮은 것이다.
책의 대체적인 주제는 우리 의식의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일상적 파시즘’의 고발.
일상적 파시즘은 식민지 규율체제, 분단과 냉전, 유신독재와 신군부 집권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들이 갖게 된 반공주의, 전체주의, 군대화한 생산 현장과 회사 조직, 일사불란한 학생운동, 가부장주의 등의 집단심성을 말한다.
책은 그런 현상을 읽을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광주문제를 꼽는다. 저자는 광주의 비극이 끝나고 군부가 정권을 수립하는 과정에 국민이 침묵으로 동조했고 그 뒤 광주의 아픔을 서둘러 외면하려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광주 나아가 불의한 권력의 방관자 내지 동조자가 아닐까라고 되묻는다.
“광주의 학살은 미국 군부만의 범죄적 죄악이며 우리는 단지 공포에 굴복했을 뿐인가. 박정희가 추진한 근대화의 맹목적 속도에 열광하던 우리는 그의 죽음으로 그 속도가 갑자기 멈추어버렸을 때 그것을 대신 보장해줄 어떤 강력한 권력을 소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근대(화)에 대한 우리들의 사회적 집단 욕망과 광기가 깊이 개입돼 있었던 것은 아닌가.”
삼청교육대의 소집과 비전향 장기수 사상전향 공작에도 그 같은 생각은 적용된다. 신군부가 ‘깡패 소탕’을 명분으로 1980년 소집한 삼청교육대에서는 무자비하고 야만적인 인권 침해가 잇따랐다.
저자는 힘을 숭상하고 연약함을 멸시하는 군사문화와 거기에서 생겨난 약자와 부적응자에 대한 우리 안의 적의(敵意)와 배제의 심성이 삼청교육대를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늙은 비전향 장기수들에게 장기형을 받은 잡범들이 반공주의의 칼날을 들이대며 호령하고 괴롭힌 사실에서도 우리들에게 스며있는 왜곡된 집단 심성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동의대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것과 관련, 저자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명예 회복과 보상 작업은 반드시 사회적 공론 영역에서의 논의를 통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과거 어떠한 저항운동이 분명한 민주주의적 가치와 지향을 표방하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 운동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대한 면책특권까지는 없다”고 강조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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