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랑' 메가폰 잡은 봉만대 감독/"맛있는 에로를 보여주겠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랑' 메가폰 잡은 봉만대 감독/"맛있는 에로를 보여주겠다"

입력
2002.08.22 00:00
0 0

“비디오 시청자들은 참을성이 없다 ‘빨리 감기’를 눌러 자극적 장면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극장에는 리모컨이 없다. 관객은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충무로 터줏대감인 영화사 기획시대가 제작, 9월 크랭크인 하는 영화 ‘사랑’. 호스피스와 의류 디자이너가 만나 엉겁결에 하룻밤을 보낸 뒤, 얼마 후 연애를 시작하지만 또 다른 심리적 갈등을 맞는다는 얘기.

내용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제작비 10억원은 저예산에 가깝다. 그런데 이 영화에, 정확히 감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봉만대(32)는 고졸의 에로 비디오 감독. 그는 ‘연어’ ‘딴따라’ ‘이천년’(그는 ‘박아사랑’식의 패러디 제목은 쓰지 않는다)등 15편의 비디오를 만들었고, “에로 영화 중 가장 섬세한 감정의 선이 살아있는 영화” “여성의 심리를 잘 아는 에로”라는 평과 함께 마니아도 거느리고 있다.

그는 ‘사랑’은 데뷔작이 아니라 16번째 영화며, 시작부터 보면 ‘진입’한 게 아니라 충무로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90년 이원승 주연 ‘돌아온 손오공’의 조감독으로 출발했다.

- ‘사랑’은 어떤 영화인가, 멜로인가 에로인가, 그 차이는 뭔가.

“멜로는 이야기 구조로, 에로는 비쥬얼로 감정과 갈등을 보여준다. 내 영화는 맛있는 에로다. 남자는 에로 영화를 성적 자극용으로, 여자는 구토의 대상으로 삼는다. 기존 에로의 카메라 구도나 조명이 모두 남성 시각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청각이나 시각적 효과면 만족하지만 여성은 감정선을 건드려야 한다. 단순히 벗겨 놓는 게 아니라 왜 필연적으로 벗을 수 밖에 없나, 이런 심리적 맥락을 찾아 가겠다. 이미 파격은 많다. 심리적 섹스를 보여줄 것이다.(그는 섹스에 이르는 마음의 과정을 심리적 섹스라고 표현했다.)

- 비디오 촬영 방식과 영화는 많이 다를 것이다.

“비디오는 제작비 2,500만원에 4일간 찍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제작비 10억원에 촬영 횟수만 30여회. 감이 안 온다. ‘에로식 타성’ 같은 것을 걱정하는 것 같은데, 처음에는 나도 우려했다. 그러나 이제 정리가 됐다. 시스템과 조응하는 것이 숙제일 뿐.”

- 데뷔 감독치고 스포트 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영화사가 감독 전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는 생각치 않는가.

“상업적으로 이용이 된다 해도 영화에 도움이 된다면야. 그러나 영화사에서도 나의 비디오를 보며 ‘흔한 것과는 다르다, 상업적으로 도와준다면 말하려는 지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내 영화를 제작하려 했을 것이다.”

- 영화가 꽤 음란할 ‘예정’인가.

“비디오를 찍을 땐 심의에서 잘릴 것을 예상, 대체 컷이란 걸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다르다. 성기노출을 싫어하기 때문에 등급보류를 두고 고민할 정도로만 만들 것이다. 대중과 이야기하고 섹스어필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 에로 비디오 감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 여배우와의 관계라든가….

“여배우를 벗겨 놓고 딴 짓 하는 나쁜 감독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나는 여배우들과 농담도 잘 안 한다. 너무 친해지면 작업지시를 내리기 힘들다. 그들은 벗은 상태고, 나는 입은 상태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연애’를 시작하는 것 공평치 않다.”

- 에로 감독이라 부끄러운 적은 없었나.

“장소 섭외할 때 “단편 영화 찍는 학생”이라고 거짓말할 때가 가장 싫었다. 왜 내가 하는 일을 속여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불편함외 부끄럼은 없다.”

그는 인터뷰 중 ‘지점’이란 말을 스무번도 넘게 썼다. “진정으로 하고싶은 영화는 제도의 눈치를 보지 않는 진정한 섹스 영화인데 그건 거장의 몫이다. 그러나 자꾸 원점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그가 꿈을 이룰지, 충무로의 ‘희생타’가 될 지 시간이 답해줄 것 같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