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 4강신화 이후 대표출신 선수들의 해외진출-엄밀히 유럽진출-은 한국축구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미 이을용(27) 차두리(22) 송종국(23)이 각각 터키 독일 네덜란드 1부리그로 진출했고 그 외의 선수들도 유럽행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태극전사들이 유럽진출을 갈망하는 까닭은 유럽에 세계 최고수준의 리그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기량은 물론 규모, 시장면에서 세계축구의 빅3로 꼽히는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리그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유럽리그는 전세계 축구선수들의 이상향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하지만 전세계 프로리그와 클럽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한일월드컵 이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0위에 머물던 한국이 월드컵 4위에 오르고 랭킹 1위를 고수하던 프랑스가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등 축구의 이변은 대륙별 수준의 우열 판단을 무색케 한다. 과연 유럽의 각국 리그는 국내 K리그보다 얼마나 수준이 높은 것일까.
세계클럽랭킹 현재 세계 각국의 리그, 클럽의 수준을 짐작케 하는 지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ㆍwww.iffhs.de)이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클럽랭킹이다.
1991년부터 시작된 IFFHS의 클럽랭킹은 각 클럽의 자국리그와 대륙별 선수권 성적을 수치로 환산해 산정된다. 각국 리그는 규모와 역대 성적 등을 따져 4 등급으로 나눠지며 해당등급 별로 경기결과의 가중치가 다르게 부여된다.
최근 IFFHS가 발표한 클럽랭킹에 따르면 2001~2002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가 1위에 올라 세계최고 명문구단의 영예를 안았다.
송종국을 영입한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는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에 힘입어 2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팀 중 가장 랭킹이 높다.
설기현이 소속된 안더레흐트(벨기에)는 68위. 아시안수퍼컵 2연패를 달성한 수원 삼성은 131위로 아시아 클럽 중 가장 순위가 높다. 안정환이 활약했던 페루자(이탈리아)와 이을용이 입성한 트라브존스포르(터키), 차두리와 계약한 빌레펠트(독일)는 250위 바깥으로 밀려나 있다.
홍명보가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미국프로축구(MLS)는 단 1개의 클럽도 25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상위 259개 팀 중 유럽의 클럽은 152개에 달해 유럽리그가 세계축구를 주도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K리그의 국제경쟁력 국내 선수들의 유럽진출이 한국축구발전의 필요조건으로 여겨지는 까닭은 국내프로축구(K리그)의 경쟁력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K리그의 취약함은 IFFHS가 지난해 발표한 각국 프로리그랭킹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 가나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랭킹 50위 밖으로 밀려 있는 K리그는 일본(32위)은 물론 우즈베키스탄(41위) 중국(50위)의 리그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한일월드컵서의 대표팀 성적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이지만 무절제한 대표선수 차출 등 리그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치다.
랭킹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이 K리그의 달라진 위상을 대변한다는 논리가 터무니 없음을 알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관중 급증으로 중흥기에 접어든 올 시즌 K리그의 인기를 2부리그 창설, 서울연고팀 창단 등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도정비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축구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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