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도 같은 필름을 잘라내는 일은 정말 제 손가락을 자르는 일만큼 어렵다. 여태껏 관람 등급 때문에 내 손으로 영화를 삭제한 일이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흔쾌히 동의했다. 청소년들에게 한국화의 멋,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아 30일 재개봉하는 ‘오원 장승업, 취화선’(원제 취화선)의 임권택(林權澤ㆍ66) 감독은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와 예술혼을 보여줘야 한다"는 각계 인사들과 제작사인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의 요구를 기꺼이 받아들여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을 가위질했다.
자른 장면은 2분 가량으로 장승업(최민식)이 매향(유호정)과 정사를 나누는 대목과 2세를 보기 위해 전라도 고부의 기생과 동침했다가 결정적 순간에 동학 농민군에게 끌려 나가는 대목. 모두 선정적인 묘사 부분이다.
"당연히 아깝다. 그러나 전달하려는 메시지나 영화적 완성도에 손실을 입어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임권택 감독의 생각. 한 영화의 등급을 달리해 개봉한 사례가 없어 제목도 바꿨다.
임 감독은 내달 캐나다 토론토를 시작으로 일본 후쿠오카, 미국 뉴욕과 시카고, 프랑스 낭트 영화제에 참석한다. 11월 25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가 제정한 펠리니 메달을 받는다.
태흥영화사는 재개봉을 기념해 교사증을 극장에 제시한 중ㆍ고교 교사에게는 무료 관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취화선’은 5월 10일 ‘18세 관람가' 등급으로 개봉해 7월 초까지 칸영화제 수상 바람을 타고 전국 10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단체관람 문의 (02)547_6833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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