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의 한 신문이 “내가 시장이라면, 절대 내버려 두지 않을 사항은?”이라는 질문을 뉴욕시민에게 던졌다. 일상에서의 불편사항 10개를 알기 위한 질문이었다. 밀려드는 관광객, 거친 택시 운전사가 1, 2위를 차지했다.나머지 8개는 ‘애완용 동물이 길에서 볼 일 보는 것, 공원 안에 주차한 자동차, 꼬리를 물고 서 있는 관광버스, 시끄럽게 틀어대는 음악, 지하철의 주정꾼, 지하철 문이 닫히는 것을 막는 사람, 지하철 좌석을 넓게 차지하는 인간, 자동차 경적을 울려대는 자’ 였다.
비슷한 조사를 서울에서 한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관광객 항목은 빠질 것 같다. ‘문화’와 ‘관광’을 동격으로 다루어 문화관광부를 둔 나라이니, 관광객으로 인한 불편쯤 참을 것이다. 겹치는 항목은 있을 듯 하다. 시끄럽게 틀어대는 음악, 자동차 경적을 울려 대는 자는 서울시민도 싫어할 것이다.
그런데 서울의 지하철을 이용하는 하루 800만 시민에게 비슷한 조사를 한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여성 시민이라면 지하철 좌석을 넓게 차지하는 ‘인간’을 꼭 넣을 것이다.
서울지하철공사 인터넷사이트(www.seoulsubway.co.kr)에 의견을 올린 어느 여성 말처럼 많은 남성이 지하철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다. 7명이 앉게 되어 있는 의자에 다리 벌린 남성 때문에 6명이 앉는 일도 흔하다. 그런 남성을 보면 남성우월주의 때문인가, “다리를 넓게 하여 앉지 말라”는 교육을 받아본 일이 없기 때문인가를 헤아리게 된다는 여성들 의견을 듣게 된다. 서울지하철공사가 제시한 ‘알면서 안 지키는 지하철 예의’에 좌석 넓게 앉지 않기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하무인격으로 버티고 앉은 남성을 볼 때도 그렇지만, 서울의 지하철이 내보내는 안내방송을 들을 때면 약이 오른다. 정거할 때마다 음량을 조절하지 않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안내방송이 길게 이어진다. 외국의 지하철 안내방송은 짧고 외국어 서비스를 하는 일이 없다. 월드컵 기간 중 지하철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라는 공익광고를 하는 식으로, 터무니 없는 광고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잦다.
작가 박완서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는 실은 작지 않은 일에 분개한 경험을 담은 글이다. 다리 벌리고 앉는 남성, 그리고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은 지하철에서의 불편을 사소한 일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나 일상이 쌓여 인생을 이룬다. 작은 일에도 분개할 이유는 충분하다. 서울시의 높은 분들이 지하철을 타보아야 한다.
/박금자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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