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언제 사야 할지, 소비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 같다. 우선 8월말로 자동차 특소세 인하조치가 종료되기 때문에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더욱이 자동차 지능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텔레매틱스’ 기술이 내년 봄부터 대부분 국내 자동차 업체에서 상용화하거나 진일보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조금 기다려 ‘똑똑한 차’를 살 것인지, 아니면 일찌감치 ‘멍청한 차’를 살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다.
통신(Telecommuncation)과 정보과학(Informatics)의 합성어인 텔레매틱스는 새로운 차원의 드라이브와 자동차 관리를 가능케 해주는 첨단 기술이다. 차량에 이상이 생기면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스스로 진단하고, 사고가 났을 때는 알아서 경찰에 연락해준다.
열쇠를 꽂아둔 채 내리면 원격제어장치로 차문을 열어주고, 대형 주차장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경적소리로 알려준다. 교통정보 제공은 기본이고, 전조등을 켠 채 내리면 ‘주인님 불 끄세요’라고 핸드폰으로 전화해준다. 텔레매틱스가 자동차를 똑똑한 비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중 텔레매틱스 분야의 선두주자는 대우자동차다. 대우차는 지난해말 ‘드림넷 서비스’라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마티즈를 제외한 전 차종에 옵션으로 적용하고 있다. 전용 단말기 값은 108만~112만원이고, 월 기본 서비스료는 1만8,000원 정도다.
대우차가 KTF와 공동개발한 드림넷 서비스는 안전·보안 서비스, 교통정보 서비스, 생활편의정보 서비스, 움직이는 사무실 기능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드림넷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의 차량이 사고가 났을 경우 긴급구호 서비스가 작동, 차량에 부착된 센서가 위치측정 위성과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사고 위치를 112나 119 구조대에 알려준다.
대우차는 내년에 드림넷보다 발전된 ‘드림넷Ⅱ’를 선보일 예정이다. 드림넷Ⅱ는 첨단 음성인식 시스템 및 문자 음성전환 시스템을 적용, 초고속 무선 인터넷으로 정보를 음성·텍스트·동화상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도 내년초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옵션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특히 ▦차량 이상유무 사전 진단 ▦사고 긴급통보 ▦분실도난 차량 추적 등 안전·보안 서비스와 ▦지름길 안내 ▦교통 상황 등 교통정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텔레매틱스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특히 쓰기 편하고 기능이 뛰어난 전용 단말기와 수준 높은 그래픽 디스플레이 등으로 승부를 낸다는 전략이다.
김견 현대·기아차 차량정보기획팀장은 “차가 원하는 것, 운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자동차 업체들이 만드는 텔레매틱스와 일부 정보통신 업체의 텔레매틱스는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정보통신 업체에서 내놓은 텔레매틱스 기술이 개인병원 수준이라면, 자동차 업체의 텔레매틱스 기술은 종합병원급이라는 얘기다. 현대·기아차는 일단 중대형 차량을 중심으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장착하고, 2004년 이후부터는 소형차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도 내년 상반기에는 길 안내 등 교통정보 서비스, 차량 진단 및 긴급 구난 서비스를 구비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100만원이 넘는 텔레매틱스 전용 단말기 비용이 차 값에 추가되지만, ‘멍청한 차’를 끌고다닐 때의 몸고생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크게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조언이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