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 곰이 등장하면, 주식시장에는 황소가 나타난다?”최근 기술적 반등이 이어지고 있는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은 반등의 기조화, 즉 추세전환 여부이지만 주식시장만 열심히 들여다 본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투자자들이 주목해야할 지표는 금리다. 전문가들은 “박스권의 금리가 방향을 틀었을 때가 바로 단기반등한 주가가 상승추세로 접어드는 시점”이라고 말한다. 주가가 바닥을 박차고 황소처럼 일어서려면 지난 4월 이후 채권, 단기채권형 펀드,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려갔던 단기 부동자금이 확신을 가지고 채권시장을 떠나야 하는데, 이는 금리 움직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지만, 지난 4월 이후 국내 금리와 주가는 동반 하락세다.
이는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 때문. 투자자금이 안전한 채권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채권가격 상승으로 금리가 떨어지고, 주가도 하락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이후 8월15일까지 주식 고객예탁금은 7,000억원 감소한 반면 단기채권형 펀드는 2조6,000억원, MMF는 3조원 급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전략부장은 “주식시장이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채권시장이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밀려나야 한다”며 “시장금리가 상승 반전하는 조짐은 주식시장에서 장세 반전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G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미국의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금리의 상승반전이 주가 반등과 맞물렸을 때 주식시장은 중장기 상승국면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른다고 곧바로 주가가 따라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의 상승반전 여부는 불안감을 떨치고 주식을 살 때를 판단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라는 얘기다.
최근 10년물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8월14일 4.03%)를 찍은 뒤,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주장이 한편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와 관련, 미국에선 “경제가 재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 즉 금리상승 기대가 득세하면서 채권을 팔아치우고 주식으로 돌아가는 투자자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점차 머리를 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시장금리가 박스권 장세를 이탈, 상승으로 반전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실세금리인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4월9일 고점(6.58%)을 찍은뒤 5.2~5.5% 박스권내에서 횡보하다가, 16일(5.27%) 19일(5.29%) 20일(5.32%) 3일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한투증권 박혁수 연구원은 “미국의 펀더멘털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추가 악화하지 않는다면, 금리(국고채 3년물 기준)는 연말에 6%대 초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박스권 장세를 이탈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채권에 몰린 자금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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