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꿈의 이동통신으로 각광 받던 비동기식 ‘IMT-2000’ 서비스 사업이 중대한 기로에 직면했다.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는 “당초 예정대로 IMT-2000 서비스의 내년 중 실시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지만 정작 사업을 추진해야 할 통신업체들은 불투명한 사업성을 이유로 투자시기를 늦추는 것은 물론 IMT-2000 사업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를 흡수 합병하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20일 정보통신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IMT-2000 신규업체인 KT아이컴과 SK IMT가 연내 모기업인 KTF와 SK텔레콤에 합병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년전 ‘황금알’을 낳는 업체라는 찬사를 받았던 회사들이 서비스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이다.
IMT-2000 사업이 위기에 빠진 이유는 간단하다. 2조~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도 실제 편익은 적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IMT-2000이 제공하는 동영상이나 데이터제공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를 개량한 3세대 서비스(EV-DO)를 통해서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IMT-2000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70만원을 넘는 단말기를 구입해야하고 지금보다 훨씬 높은 이용료를 내야한다는 것도 상용화가 지연되는 이유다.
실제로 이같은 이유 때문에 IMT-2000 사업자들은 이미 투자규모를 당초 예정보다 크게 줄이고 있다. 당초 7,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던 KT아이컴은 투자규모를 2,000억원으로 축소했으며, SK텔레콤도 EV-DO 서비스와의 중복을 우려해 비동기식 IMT-2000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있다.
최근 정통부가 주파수이용권 양도를 3년간 금지해온 전파법 개정안을 개정키로 한 것도 IMT-2000 서비스 지연에 한 몫 하게 됐다. 정통부는 공식적으로 규제해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히지만, 업계에서는 정통부가 통신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IMT-2000 사업체와 기존 사업체의 합병을 사실상 허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F 관계자 모두 “정부의 조치로 IMT-2000 사업체와의 연내 합병이 가시화하게 됐으며, 합병이 이뤄질 경우 IMT-2000 사업의 축소와 서비스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통부는 IMT-2000 사업과 관련, “2003년 서비스 실시라는 정책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11월께 사업 일정을 재점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올 연말 IMT-2000 사업의 축소가 가시화할 경우 컨소시엄 형태로 이 사업에 투자한 중소업체의 투자손실 처리 등의 문제로 업체와 정부간의 책임소재가 뜨거운 논란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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