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는 신용위험에 따라 다양한 가격(수익률)이 형성돼야 회사채 수요기반이 늘어나고, 시장이 발전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신용경색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 공적 보증을 지나치게 확대, 가격결정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회사채 시장의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됐습니다.“과거 재무부와 재정경제원에서 금융정책을 입안했던 신호주(辛鎬柱) 코스닥증권 사장이 정부의 채권시장 개입을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 유관기관장이, 그것도 30여년간 자신이 몸담았던 친정을 상대로 화살을 겨냥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 사장은 20일 경희대 경제학과에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 회사채의 가격 적정성에 관한 연구’에서 “채권안정기금 및 CBO(채권담보부증권)펀드 조성, 신속인수제도 등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회사채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처럼 신용평가 등급이 낮을수록 위험보상(수익률)이 증가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위험보상 정도가 오히려 작아지는 등 일관성이 없다”면서 “신용위험에 대한 정확한 측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고, 평가결과가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사장은 “채권수급, 금리 등 정부의 직접적 시장개입은 과거에 여러 차례 실패했던 것처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 채 시장의 자생력만 훼손했다”며 “정부는 채권시장 개입을 지양하고 투명한 정보 공시, 매매제도의 효율화 등 시장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 사장의 논문은 경희대에서 인문사회부문 최우수 박사학위 논문상을 받았다.
재정경제부의 전신인 재무부에서 증권과장과 산업금융과장 등을 역임한 신 사장(행시 12회)은 산업은행 감사, 증권업협회 부회장을 거쳐 올 2월 코스닥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지난 4월 메릴린치증권과 공동으로 ‘등록기업 공동 해외 IR(기업설명회)’을 열어 외자유치를 주선하는 등 유능한 CEO의 면모를 과시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