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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연 찾아서' 문화독립운동, 연극원 극단 '들곶이' 23일부터 실험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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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연 찾아서' 문화독립운동, 연극원 극단 '들곶이' 23일부터 실험무대

입력
2002.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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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은 이번 여름방학 내내 바빴다. 대학원생과 졸업생, 기성배우들로 극단 ‘돌곶이’(예술감독 김석만)를 만들고, 창단공연을 준비하느라 쉴 짬이 없었다. 돌곶이는 연극원이 있는 서울 석관동의 옛 이름이다.돌곶이의 첫 작품은 ‘우리나라 우투리_억새풀 우는 사연’.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일 이 작품은 중견 연출가 김광림(50ㆍ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이 한국적 공연양식을 만든다는 목표로 쓰고, 연출했다.

앞으로 10년간 다른 작업은 일체 하지 않고 우리만의 공연양식을 찾는 데 매달리겠다고 선언하고 내놓는 첫 무대다.

아기장수 설화를 바탕으로 줄거리를 짜고, 전통무예 기천문의 동작으로 몸짓을 만들고, 민속악과 정악 스타일의 음악을 깔고, 굿거리 중모리 등 경기소리 장단에 대사를 얹어 우리말의 리듬감을 살렸다.

배우와 악사들은 무대 좌우와 뒤편에 둘러앉은 채 무대 한복판으로 들락날락하면서 서로 대사를 주고받는다. 마당놀이 판의 열린 구조를 본 딴 것이다.

우투리 설화는 고통받는 민중의 저항과 꺾이지 않는 꿈을 상징한다. 고려말 혼란기, 어깨에 날개가 돋은 채 태어난 힘센 아기장수 우투리는 새 세상을 열겠다며 집을 떠나지만 조선을 연 이성계에게 살해된다.

우투리의 죽음을 애도하듯 지리산을 덮은 무성한 억새풀이 운다. 아무리 베어내도 다시 자라는 억새풀처럼 민중의 짓밟힌 꿈은 끈질기게 되살아 난다는 내용. 아이들이 풀각시놀이를 하며 부르는 노랫말이 그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나라 우투리는 우두머리, 너네 나라 우투리는 자투리’라고.

연습실의 배우들은 땀투성이다. 기천문의 동작부터가 쉽지 않다. 보기엔 부드럽지만 자세 만들기가 힘들어 몇 분 지나지 않아 옷이 흠뻑 젖는다. 그런 동작을 하면서 굿거리, 중모리 등 장단에 맞춰 대사를 치자니 힘이 2배로 든다.

“우리말이 갖고 있던 잃어버린 음악성을 되살리려고 애썼다”는 김광림의 설명은 대사에서 바로 드러난다.

‘우투리 모습 볼작시니 어안이 버벙벙, 주먹만한 눈탱이가 양쪽으로 뻐엉뻥, 눈 한 번 치켜뜨면 천지가 다 꺼엄뻑, 얼굴 한 가운데 둥근 바위 뿌울쑥, 바위 아래 편에 콧구멍 둘 뾰옹뾰옹, 엄지 같은 이빨 서른 여섯 개 들쑥날쑥, 철사줄 검은 머리 하늘로 삐죽삐죽.’

김광림은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연극은 서양 연극을 우리말로 하거나 서양 연극 틀에 맞춰 혹 서구 연극의 바탕 위에 우리 것을 끼워넣는 정도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전통에 바탕을 둔 한국적 연극양식으로 마당극이 있긴 하지만, 형식이 덜 다듬어진데다 야외에서 하던 것을 실내로 들여오는 데 따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가부키나 노, 중국의 경극이 전통극 양식으로 자리잡은 반면, 우리나라는 식민지배와 개발독재의 악영향 때문에 전통문화의 여러 요소가 조화를 이루면서 현대까지 발전돼온 연극예술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적 공연양식의 창조야말로 서양연극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문화독립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공연에는 윤정섭(미술) 김철호(음악) 이상봉(조명) 남긍호(움직임) 등 국내 대표적 무대예술가들도 참여한다. 출연 이승훈 황석정 송영근 조한철 등. (02)958_2556

오미환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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