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선박 '대두8003호'의 기관장 이경성(33)씨가 본인의사에 관계없이 다른 탈북자들에 이끌려 남으로 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씨 처리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일단 정부는 이씨를 북으로 돌려 보낸다는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물론 여기에는 이씨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이씨가 합동조사에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사실 이씨는 처음부터 비자발적으로 남한에 오게 됐음을 감추지 않았다. 해경 경비정이 대두8003호를 검색할 당시 이씨는 술에 취한 태 손발목 등에 심하게 상처 난 모습으로 발견됐다. 해경대원들에게 순종식씨 가족은 "탈북 사실을 숨긴 채 이씨를 꾀어 배에 태웠고 이후 북당국에 신고할 것을 우려해 이씨에게 술을 먹이고 온몸을 포승줄로 묶어 감금했다"고 털어 놓았다. 손발목의 상처자국은 포승줄 자국이었던 것. 예인과정에서도 이씨는 연신 담배를 피우며 침울한 표정으로 "북에 처자식이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해경대원들이 전했다.
이런 이씨의 북송방침에는 무엇보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북의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할 수 없다는 인도적 측면이 고려됐다. 이는 그간 본인의 자유의사와 달리 우리 영토로 들어온 북한주민 처리 방침과 일치한다. 올 1월 동해상에서 표류 중 러시아 상선에 구조된 북한어민 3명도 남한 도착 후 곧바로 판문점을 통해 북송됐다. 여기에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서울회의 등을 앞두고 이씨 신병문제가 남북간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은 곤란하다는 정책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씨가 최근 남한에 남고 싶은 심경을 내비치기도 해 자칫 상황이 복잡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또 이씨가 귀환요구를 한다해도 북한측이 나머지 20명 탈북가족 전체의 송환을 요구하며 이씨만의 북송을 거부하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이 문제가 확대, 장기화할 경우 북한에도 득될 게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어떤 경우에도 남북간의 첨예한 논란으로까지는 발전하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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