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윤정모(56ㆍ사진)씨가 장편 ‘꾸야 삼촌’(다리미디어 발행)을 펴냈다. 그는 분단 현실을 아프게 인식해온 작가다.그는 수마와 허기로 고통스러웠던 피난길의 기억에서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었다. 한반도는 아직도 엄연한 분단 상황에 놓여 있다. ‘꾸야 삼촌’은 그를 붙잡고 있는 전쟁의 기억을 소설로 옮긴 것이다.
화자인 ‘나’의 집에 꾸야 삼촌이 찾아왔다. 치매에 걸린 노인이었지만 내칠 수 없었다. 그는 어린 시절 피난길에서 어머니를 잃은 화자를 정성스럽게 돌봐준 사람이다. 삼촌의 비극은 6ㆍ25전쟁으로부터 시작됐다.
전쟁 중 국군수색대 안내원으로 겪었던 체험은 그의 평생을 괴롭히는 악몽이 되었다. 조카인 화자의 집에 얹혀살다가 조카의 남편이 운영하는 출판사에 취직했지만, 80년대 신군부를 미화하는 내용의 책을 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회사를 그만둔다.
꾸야 삼촌은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수위로 일하면서 친척들에게 자신의 ‘지위’를 자랑하는 사람이었다. 그 순박한 삼촌이 사업 실패로 어머니의 장례비조차 마련할 수 없는 나를 위해 고급 모시 수의를 내놓는다.
꾸야 삼촌의 방문은 지우고 싶었지만 “자락자락 찾아와 환영처럼 되비쳐 주는” 옛 기억의 방문이다. 그것은 작가를 찾아온 기억이기도 하다.
윤씨는 “전쟁으로 인해 비틀어진 한 남자의 생애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 남자의 일생은 한국 현대사와 겹쳐진다.
열 다섯 살 나이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전쟁의 비극, 권력의 압제에 눌린 인간 군상의 생존 방식, 80년대 격렬한 운동권 학생이었지만 90년대 말에는 생활인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야 하는 남자 등의 모습은 우리 현대사가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를 절감하게 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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