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20일 꼭 1년 만에 다시 러시아를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는 북한이 최근 남한과 관계를 복원한데 이어 미국 일본과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재개하려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물론 ‘비공식적’이다. 명목상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의 초청에 의한 것이지, 지난해처럼 국빈 방문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북한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면서 경제적 이해 관계도 만만찮은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둘러보고 싶어 가는 셈이다. 김 위원장 개인적으로도 이 지역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인연 많은 곳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문을 단순한 경제시찰로 볼 수는 없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크렘린측은 일단 푸틴 대통령이 22일부터 극동지역에서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만 확인하고 있다. 북러 정상간의 ‘여름 회동’이 정례화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번 북러정상회담은 7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이어 본격적인 북미, 북일 대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져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심층적인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러 정상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직후인 2000년 7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미국의 대화재개 선언이 나온 후인 지난해 8월 모스크바에서 만나는 등 결정적 국면에서 회동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러가 향후 전면적인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전략적 포석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남쪽(한미일)과의 관계를 개선하기에 앞서 북쪽(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부터 다져온 측면이 강하다.
이번 회담에서는 우선 10년 전 시장개혁을 먼저 시작한 러시아의 경험이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본격적인 경제개혁에 착수할 기세인 김 위원장에겐 최우선 관심사일 것이다.
여기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사업, 80억 달러에 달하는 북한의 대 러 채무상환 방안, 전력분야 협력, 북한 산업시설 현대화, 북한 노동인력(벌목공)의 러시아 수출방안 등도 주된 의제가 될 전망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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