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주가가 19일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수가 5일(705.17)과 20일 이동평균선(707.60)을 잇달아 상향돌파한 상태여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내부 수급여건은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6월 이후 순매수 기조를 유지해 오던 개인이 매수여력의 한계로 ‘팔자’로 돌아선데다, 주식형 자금유입도 부진하다. 고객예탁금도 연중 최저 수준인 8조원 대로 떨어졌다.전문가들은 증시가 본격적인 반등장세를 펼치기 위해서는 2월부터 7개월째 순매도 행진을 펼쳐온 외국인의 매수세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다행히 외국인은 지난 16일 7월30일(1,322억원) 이후 최대 규모인 1,236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도 현물에서 685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본격적인 순매수 전환 여부는 D램 가격 움직임과 미국의 향후 경기지표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D램 가격 추이와 외국인 매매 흐름 일치
최근 국내 증시의 오름세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나스닥지수의 사흘째 상승세와 DDR D램 가격이 급등한 데 힘입은 것이다.
지난 주말 256메가 DDR D램은 5.44%, 128메가 DDR D램은 5.37% 급등했다. 이로 인해 19일 삼성전자는 2.3% 올랐고, 하이닉스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도체 장비업체가 포함된 의료정밀업종도 3.76% 올라 오름폭이 가장 컸다. 외국인도 반도체 관련주에 매수세를 집중했다.
외국인은 올해 내내 D램 현물가 움직임에 연동되는 매매패턴을 보였다. 때문에 재고안정, PC수요 증가 등 수급적인 측면에서 D램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되지 않는 한 외국인의 본격적인 매수세 전환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하지만 D램 반도체 가격이 계절적인 요인 이상으로 크게 오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현대증권 우동제 연구원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DDR 생산물량이 예상치를 밑돌고 있어 9, 10월 공급부족과 함께 가격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PC생산이 늘어나는 시기여서 D램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지금 예상으론 판매가 그다지 활발할 것 같지 않다”면서 “9월 중순 이후 D램 가격이 다시 조정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미국시장 ‘바닥’ 확인해야 본격 매수
미국증시는 5일 이후 10% 가까이 반등했지만, 이 기간 거래소 지수상승률은 6%에 불과했다. 주가변동률도 역전됐다. 세계증시의 중심인 뉴욕증시는 최근 주가변동률이 하루 2~3%에 달하는 반면, 주변부인 우리 증시는 1%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9.11 테러 직후에도 나타났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이동방향을 잘못 예측해 움직일 경우 감내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 유입되려면 미국의 경기지표가 호전되면서 ‘더블딥(경기 재침체)’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경기지표로는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8월말)와 구매관리협회(ISM) 지수(9월초)가 예정돼 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외국인의 간헐적인 매수세가 시장 안정에는 기여하겠지만, 700선 중반의 매물벽을 뚫기엔 역부족”이라면서 “미국시장의 안정과 D램 가격의 반등세가 확인돼야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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