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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72)에를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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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72)에를리히

입력
200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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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 8월20일 독일의 세균학자 겸 화학자 파울 에를리히가 61세로 작고했다. 과학사에서 에를리히라는 이름은 주로 매독 치료제 살바르산과 관련해 언급된다. 아르스페나민 또는 아르세노벤졸이라고 불리는 이 담황색 분말은 세계 최초의 화학치료제다.에를리히는 1910년 일본 화학자 하타 사하치로(秦佐八郞)의 도움을 받아 살바르산을 합성해냈다. 두 학자의 실험 경과가 담긴 ‘스피로헤타병의 실험 화학 요법’이라는 책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살바르산은 스피로헤타병의 치료제다.

대표적 성병인 매독을 비롯해 서교증(鼠咬症)ㆍ재귀열(再歸熱)ㆍ바일병 따위가 스피로헤타를 병원체로 해 생기는 병이다. 살바르산은 본래 이름보다 606호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별칭은 에를리히와 하타가 606번째 실험에서 이 화학요법제의 합성에 성공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살바르산은 유럽의 난봉꾼들을 매독의 공포에서 해방시켰지만, 그 부작용이 커서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다. 매독은 본디 서인도제도의 지방병이었는데, 1493년 콜럼버스의 원정대에게 묻어 유럽으로 전파된 뒤 차차 아시아로 번졌다고 한다. 태아가 자궁 안에서 감염돼 선천성 매독 환자로 태어날 수도 있다.

에를리히가 처음 발견해 그의 이름을 딴 에를리히 반응은 오줌 속의 쓸개즙 색소를 검출하는 절차다. 이 반응이 너무 강하거나 약하면 간이나 쓸개가 병적 상태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슐레지엔의 슈트렐렌에서 태어난 에를리히는 결핵균 발견자 코흐의 연구소에서 혈청학과 면역학을 연구하면서 세균학자로 이름을 얻었다. 그는 이 연구소에서 디프테리아의 혈청 요법을 완성한 뒤 독일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를 거치며 화학물질이 생체 조직에 끼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에를리히는 1908년 노벨 생리ㆍ의학상을 받았다.

고종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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