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산업계에는 일반화한 공식이 있다. ‘MP3가 음반시장을 죽인다’ ‘대여점이 만화시장을 죽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음반이나 만화 산업 종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앓는 소리의 핵심은 MP3와 도서대여점 문제이다.그러나 최근 휴대폰이 음반과 만화 시장을 죽인 또 다른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이면서 수입원은 용돈에 의지해야 하는 10~20대가 휴대폰의 과다 사용과 이로 인한 용돈 압박으로 음반과 만화책을 사지 못한다는 얘기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김모(16)양의 사례를 보자. SK텔레콤 10대 전용 휴대폰 서비스인 ‘팅’에 가입한 김양의 한 달 휴대폰 요금은 2만5,000원 내외. 휴대폰을 가지면서부터 한 달 용돈이 5만원에서 3만원으로 줄었다.
김양은 “아주 좋아하는 가수 아니면 1만~1만5,000원짜리 CD를 사기는 힘들다”며 “때문에 집에서 받은 학교급식비 6만원으로 CD나 만화를 사는 반 친구까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돈 문제만이 아니다. 김양이 친구들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는 한 달 평균 1,000건. 1건당 보통 30초~1분이 걸리니까 한 달 평균 500~1,000분의 시간이 휴대폰에 투입된다. 여기에 무선인터넷을 통한 채팅과 메일 확인, 벨소리ㆍ칼러링 다운로드까지 휴대폰을 이용한 10대들의 시간 투자는 어마어마하다.
음반사업에 진출할 예정인 벤처회사 ㈜휴먼컴의 서상욱 미디어사업실장은 “최근 회사 음반마케팅 회의에서 음반시장의 불황 요인으로 MP3와 휴대폰이 거론됐다”며 “고등학생의 한 달 용돈 중 대부분이 휴대폰요금으로 나가는 상황에서 MP3라는 대체재가 있는 음반을 사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화면이 매력인 영화는 마땅한 대체재가 없어 그나마 시장이 위축되지 않은 것”이라고도 했다.
만화잡지 ‘소년챔프’를 발행하는 ㈜대원씨아이의 김준균 ‘소년챔프’ 담당기자도 “만화잡지 시장이 죽은 것과 휴대폰 시장이 급팽창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1차적인 원인은 1997년 IMF 사태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도서대여점이지만 휴대폰의 과다 사용도 만화시장 위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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