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라이벌' 모방 난발.... 베끼기 수준자동차로 거리를 헤매고 있는, 약간 모자란 구석이 있어보이는 조폭들. 한 부하가 휴대폰을 꺼내든다. “리츠칼튼 CC가 어디지?” 휴대폰을 통해 음성 안내가 나온다.
“100㎙앞에서 우회전하세요.” 여자 프로골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포츠드라마 SBS TV ‘라이벌’(극본 진수완, 연출 이창한)의 18일 방송의 한 장면이다. 휴대폰 교통정보서비스의 CF에 나온 것과 똑같은 상황이 드라마에 삽입됐다.
‘라이벌’은 젊은 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트렌디 드라마에서 밝고 경쾌한 모습을 보여준 소유진 김재원 김민정 등 젊은 연기자를 캐스팅했다. 그리고 좀 모자라보이는 조폭 역의 윤기원, 최준용 등 ‘명랑소녀 성공기’ ‘로망스’ 에서 인기를 끈 명랑만화적인 코믹을 첨가하고 있다.
하지만 ‘라이벌’은 골프드라마로 차별화를 꾀하기보다는 최근 인기 트렌디 드라마의 한 조류인 코믹이나 신세대적 감각에 대한 강박관념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장면 혹은 대사에서 CF를 자주 차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
18일만 보더라도 이미 CF에서 써먹어 낯익은 장면과 카피가 몇 번 더 나왔다. 채연(김민정) 일행이 피자를 시켜먹는 자리에서 그 심복이나 다름없는 친구 소라(오주이)는 “사각피자 맛있겠다”고 한마디 던진다.
다인(소유진)은 골퍼로서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신에게 레슨을 주선하고 골프웨어 광고모델을 제의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태훈(김주혁)에게 그 까닭을 묻자, 태훈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꿈은 이루어진다”고 답한다. 이쯤되면 패러디라기보다는 CF를 그대로 베끼는 수준이다.
‘재밌는 영화’처럼 패러디를 표방하는 대중문화상품이 나올 정도로 다른 매체를 통해 이미 익숙해진 상황을 끼어넣는 것도 젊은 층에게 먹혀드는 문화코드.
하지만 맥락과 상관없이 쓸데없이 난무하는 광고카피는 아이디어의 빈곤을 자백하는 것만 같다. 더구나 그것이 간접광고의 효과까지 노리는 의도적인 전략이라면? 대단한 배짱이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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