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능성 및 지지기반 분석민주당이 만드는 신당 외에 또 하나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반(反)이회창ㆍ비(非)노무현’ 성향 대선주자들이 연대한 신당이다.
정몽준 의원과 이한동 전 총리, 박근혜 한국미래연합대표, 민주당 이인제 전 고문이 중심축이고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힘을 보태주는 ‘5자 연대’의 성격을 띨 여지가 많다.
이것이 성사되면 대선구도에는 적잖은 파장과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이들의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목표로 추진되는 민주당의 신당 창당 작업이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다섯 사람 모두 보수 또는 중도보수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선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을 잠식할 소지가 있다.
다섯 사람이 각각 서로 다른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 상승과 결합하면 대선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5자 연대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민주당의 분당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원내 의석 확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JP와 이 전 총리 등을 겨냥해 참신성, 개혁성 시비가 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5자 연대의 성사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상당하다.
■ 김종필, "때되면 조정役" 靜中動
8ㆍ8 재보선 전까지 기회만 있으면 ‘7ㆍ8월 정계개편설’을 언급한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정작 신당론이 급물살을 타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의외의 침묵은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산된 수(手)라고 할 수 있다. 신당의 기본틀로 자주 거론되는 5자 연대론은 JP가 일찌감치 주장한 4자 연대론에 이한동 전총리만 덧붙여진 그림이다.
JP는 지난달 이 전총리와 회동, 자민련 총재 제명 파동 이후의 소원한 관계를 대부분 털어 냈다.
JP는 신당 움직임이 구체화하면 자신의 영향력도 상승, 현재의 수세 국면에서 벗어 날 계기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 ‘자민련=충청권 대표’라는 바닥 정서가 남은 데다 보수 성향과 40여년의 정치 이력은 공통 영역이 별로 없는 신당 추진 세력을 묶어 내는 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신당 창당 전까지 JP가 할 일은 별로 없지만 대권을 꿈꾸는 50대의 4자 사이에 신당 논의가 본격화하면 이들을 묶고 조정하는 JP의 역할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기회를 엿보는 당내 의원들의 동요로 보아 설익은 신당론에 뛰어들기가 부담스러운 동시에 3김 퇴진론이라는 역풍의 우려도 있다. 자신은 한 발 뒤로 빠지고 측근인 조부영(趙富英) 부총재를 대리인으로 신당 논의에 참여시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 이한동, 권력분산 제3신당 적극
이한동 전 총리는 이인제 전 고문과 함께 제2신당 창당에 가장 적극적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현역 의원들은 물론 각 당에 흩어져 있는 구 민정계 출신 전직 의원들까지 광범위하게 접촉하며 세를 모으고 있다.
현재 무소속인 그로서는 대선 국면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정당의 배경을 갖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지지도가 하위권이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데에도 신당 창당 주역으로서의 뉴스메이커 역할은 도움이 된다.
명분상으로는 “지역, 계층간 화합을 추구하고 분산형 권력구조를 이뤄낼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전 총리의 원내 기반은 그리 넓지 않다. 조부영 국회부의장 등 2~3명의 자민련 의원과 경기도 출신 일부 민주당 의원이 호의적인 정도이다.
원외에선 민정계 출신인 서정화 이택석 정영훈 이강희 김영진 전 의원 등이 그의 원군으로 분류된다.
이 전 총리측은 5자 연대 대상 인사 중 JP와 이인제 전 고문, 박근혜 대표에 대해선 조건 없는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정몽준 의원에 대해선 약간 경계하는 분위기이다.
신당의 대선후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여론조사 1위인 정 의원을 ‘가상적(敵)1호’로 상정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 이인제, 교섭단체 버금가는 세력
민주당 이인제 전 고문은 원내에 상당한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민주당의 반노(反盧) 그룹 중 원유철 이희규 의원 등 10~15명이 이전 고문 계열로 분류된다.
정가에서 “현재 제3 세력 주요 인사 가운데 10명 이상의 의원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JP와 IJ(이 전 고문의 영문 이니셜)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는 또 출신 지역인 충청권과 지사를 지냈던 경기도 등 중부권에 나름의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이 전 고문의 이념적 성향은 중도 노선인데, 자신은 중도 개혁이라고 말한다. 그는 여기에 기초한 제3 세력 연합 신당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3세력 가운데서도 그는 우선 김종필 자민련총재, 이한동 전 총리 등과 손을 잡고 신당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김종필 총재와 요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과의 연대 방안에 대해서는 득실을 저울질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최소한 2007년 대선에는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이 전 고문으로선 후보 자리를 양보하더라도 당 운영의 주도적 위치에 서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당선시켜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후보 검증 절차를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박근혜, '박정희 향수' 영남 기반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는 2월말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래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해 왔다. 6ㆍ13 지방선거 등에서 저조한 득표에 그친, 의원 1명의 미니정당 대표로서는 흔치 않은 수치로 순전히 개인적 흡인력의 덕이다.
지지층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선친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한 영남권과 50대 이후, 여성에 상대적으로 강세이다. 물론 박 대표 자신은 정책 중심 정치, 정당ㆍ정치개혁 등을 강하게 주장하며 30ㆍ40대의 지지를 얻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측근들은 “어느 정도 세만 형성되면 30%대의 지지를 얻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주장한다. 박 대표가 “정치적으로 뜻이 맞고 이념이 같으면 당을 같이 할 수 있다”며 신당에 강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런 ‘세(勢)’를 의식한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신당의 외연과 관련,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는 이념의 차이로 당을 같이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신당 참여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한나라당에 복귀할 가능성도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으나 본인은 일축한다.
그는 ‘반창ㆍ비노’ 신당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태세지만 신당을 대선 출마 배경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게 변수이다. 그는 이미 신당 대선 후보는 국민참여 경선을 거쳐야 한다고 밝히는 등 정 의원과의 은근한 신경전에 들어가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 정몽준, 월드컵·국민지지도 강점
대선 정국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정몽준 의원의 가장 큰 지지 기반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듯 높은 국민적 지지도다.
2002년 월드컵 성공적개최의 주역인 데다 기존 정당 소속 정치인들에게 느껴지는 부정적 이미지가 무소속인 그에게는 별로 없는 점이 주된 요인이라는 관측이다.
정 의원은 현재 정ㆍ재계는 물론 체육계 등에 방대한 세력과 조직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호적인 현역 의원들이 20~30여명에 이른다”는 측근의 말처럼 그가 사적으로 연을 맺고 있는 인사들은 상당수에 달한다.
정치 자문역으로는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이홍구 전 총리와 종친인 정호용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강신옥 전 의원과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 지리산 등반에 동행한 인사들도 친분이 깊다. 공개된 조직으로는 후원회가 대표적이다.
월드컵 바람으로 후원회원이 1만 명을 훨씬 넘어 든든한 지지기반으로 자리잡았다. 이밖에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대 교수진, 현대그룹 산하 연구소, 구 국민당 출신 인사 등 비공식 조직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정 의원에게는 정치적 입지를 뒷받침해 줄 원내 세력이 없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국민적 지지도는 일시적인 거품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제 3신당 창당을 거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5자 연대 신당’으로 해석하자, 자신의 이미지 훼손 및 엇갈린 5자간 이해관계를 우려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은 그의 딜레마를 반영하고 있다.
정 의원의 정치적 성향은 중도적 입장이면서도 상당히 유연하다는 평이다. 그는 이와 관련, “극좌나 극우는 국민이 불안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부자도 진보적인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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