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업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주가는 커다란 힘을 받지 못한 채 한 주를 마쳤다. 주가에 관한 한 사상 최고의 실적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상투'라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지난 13년간 우리 증시는 성장이라기 보다는 순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순환적인 경제에서는 '사상 최대'라는 표현이 종종 '사이클의 꼭지'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초보 애널리스트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 중의 하나이다.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애널리스트들이 흥분한 일이 있었다.
예상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4~5배로 저평가돼 있다며 너도 나도 추천을 했다. 문제는 당시 삼성전자가 수익의 대부분을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에서 내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런 순환적인 기업의 매수 시점은 수익이 최악을 기록해 PER가 수십 배를 오르락 내리락할 때이다. 반대로 매도 시점은 이익이 절정을 향해 내닫는 등 PER가 한 자릿수에 내려왔을 때이다. 나쁠 때 사서 좋을 때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의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의존하는 사이클형 기업이 아니고 통신 등의 성장산업에 폭넓게 포진한 기업으로 새로이 자리매김 했듯이, 한국 경제의 성장도 단순한 외부 여건의 호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동안의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에 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1분기보다 떨어진 2분기의 이익규모와 세계적인 경제 침체를 고려할 때 왠지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것이라는 전망과 올 하반기의 주가 최고치가 상반기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투자자들을 우울하게 한다.
올해가 실적장이라면 주가의 클라이막스는 9월 이후 시작돼야 할 터인데, 시장에선 망설임이 더 커지고 있을 뿐이다. 8월은 두 주 남았다. 당분간 조심스런 관망자세가 바람직해 보인다.
김정래 /제일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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