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에 이어 북일도 잇단 대화 국면에 돌입했다. 북한과 일본은 18~19일 적십자회담에 이어 25~26일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를 위한 국장급 협의를 평양에서 갖는다.적십자회담에도 양측의 심의관급 외무 관료가 참석하기 때문에 두 회담 모두 본격적인 수교협상 재개를 위한 일련의 실무협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양측의 관심사와 제반 현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되고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던 그동안의 회담 테이블에서 다루어졌던 모든 문제들이 다시 점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이 여섯번째로 평양에서는 처음 열리는 적십자회담의 진전은 일본측이 수교협상의 전제로 내세우고 있는 ‘일본인 납치 의혹’에 대해 북한측이 얼마나 구체적인 답변을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일본측은 4월 30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던 5차 적십자회담에서 일본 경찰이 명확히 북한에 의한 납치로 보는 8건 11명을 포함해 모두 49명의 납치의혹 일본인에 대한 안부 확인을 요구한 바 있다.
이때 북한측은 “‘일본인 행방불명자’의 조사를 적십자와 해당 기관이 실시해 결과를 일본측에 신속히 통보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고 약속했었다.
일본측은 ‘납치’를 부인하고 양국의 ‘행방불명자’ 문제로 보는 북한측의 입장을 배려해 이번 회담에서 북한측이 안부 조사를 요구했던 해방 전후의 일본 내 북한 국적 행방불명자 314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측은 이중 1명이 생존해 있고 수 명이 이미 사망했음을 확인했다. 북한측도 19일에 행방불명자 조사를 맡고 있는 정부 담당자와 일본 대표단의 면담을 주선하는 등 일단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2000년 9월 이후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의 결렬ㆍ중단과 함께 중지됐던 북송 재일동포의 일본인 처 고향방문 사업 재개는 이번 회담에서 쉽게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식량지원 요청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적십자회담에서 일본측이 납치 문제로 공세를 펼친다면 국장급 협의에서는 북한측이 양국간 ‘기본 문제’로 보는 식민지 지배 사죄와 보상에 관한 강도 높은 요구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일련의 북일 회담에서 양측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미국을 겨냥한 북한측의 대화 공세로 볼 때 적십자회담의 지속과 국교정상화 교섭재개 등 과거의 북일 간 대화체제는 복원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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