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담배인삼공사의 담배 관련 연구자료의 공개를 놓고 공사측과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고 있다.23일로 예정된 담배인삼공사가 보관 중인 연구자료에 대한 역사적 공개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청구인 측인 금연운동협의회가 ‘담배의 유해성여부를 밝힐 수 있는 핵심자료는 빠져있으며 그것도 복사본만 짧은 시간에 열람하라는 것은 정보 은닉행위’라며 열람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구인 측의 소송 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정보 비공개 결정처분 취소소송을 23일 대전 지방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다.
담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자료공개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12월 김모(57)씨를 포함한 폐암 환자 6명과 가족 등 31명은 “폐암의 원인이 되는 성분을 20가지나 함유한 담배가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며 공사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바 있다.
하지만 공사측의 이런 처사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는 지적이다. 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한 자료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 미국 담배회사의 내부보고서 공개와 집단 소송
실제 미국에서는 1994년 담배 집단 소송에서 담배 회사인 ‘브라운 앤드 윌리엄스’의 내부 보고서가 언론을 통해 공개돼 담배회사가 수년 전부터 흡연의 중독성과 유해성을 알고도 숨겨왔음이 드러나 원고에게 2,000억 달러(240조원)를 배상한 사례가 있다.
‘쿨스’ 담배로 유명한 브라운 앤드 윌리엄스의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인 제프리 와이갠더는 1994년 자신의 회사가 담배의 니코틴 중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암모니아 화합물을 첨가제로 사용했다는 ‘내부 보고서’를 언론에 폭로했다.
그의 폭로는 당시 플로리다주의 흡연 피해자 50만 명이 브라운 앤드 윌리엄스, 필립 모리스, R. J. 레이놀스 토바코 등 미국 3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집단 소송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소송이후 현재 미국에서는 1,000여 건의 담배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 2001~2002년의 담배 폐해 다룬 최신 보고
담배회사의 내부 비밀 보고서는 아니라도 국내외 학자들을 통해 담배의 폐해를 지적한 자료는 수없이 많다.
미국 보건부 2001년 통계에 따르면 흡연자의 평균 수명은 비흡연자보다 6~8년 짧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매년 250만 명이 흡연에 따른 질병으로 사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흡연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이 3만5,000명에 이른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금연클리닉 김성원 교수는 “흡연은 50가지 이상의 질병을 일으키고, 20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흡연자를 죽음으로 내몬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5월 일본인 4만명 이상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담배를 피우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자에 비해 사망률이 1.6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암 발생률도 남성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1.6배, 여성 흡연자는 1.8배가 높았으며, 뇌졸중 등 순환계 장애는 남성 흡연자는 1.4배, 여성 흡연자는 2.7배나 높았다.
또 덴마크 의료진은 14일 코펜하겐에 거주하는 1만2,000명을 대상으로 22년간 조사한 결과, 하루에 겨우 3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피우지 않는 여성보다 심장마비에 걸리거나 빨리 사망할 확률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스웨덴 캐롤린스카의대 크리스티마 훌트만 교수는 7월 2,000명의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임신 초기에 담배를 피운 여성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자폐증 위험이 4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건강관리협회가 5월 10년 이상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운 40대 이상 5,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 대상자의 20.6%가 기관지 천식,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등 흉부 질환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비흡연자에 비해 4.8배나 높은 수준. 폐암 역시 흡연이 주요 원인으로 전체 폐암의 87%가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후두암의 경우 82%가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며, 애연가가 후두암에 걸릴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12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는 “흡연자 3명 가운데 1명은 언젠가는 암에 걸린다”며 “흡연자가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비흡연자보다 2배 높고, 골초는 비흡연자보다 4배나 높다”고 말했다.
▲ 간접흡연도 문제
미국 보건부는 간접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 된다고 발표했다. 간접 흡연은 또 기침, 가래, 천식을 악화시키고 기관지염을 유발한다.
일본 히라야마 박사팀은 9일 26만 명의 남녀를 1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남편이 담배를 하루 14개비씩 피우는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률은 남편이 비흡연자인 여성보다 42%나 더 높았다고 밝혔다.
또 남편이 담배를 하루 15~19개비씩 피우는 경우 58%, 하루 20개비 이상 피우면 92%나 폐암 발생률이 높았다.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 킴벌리 욜튼 박사는 3월 미국소아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흡연 가정의 어린이는 추리력과 판단력, 산술, 읽기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흡연 피해 줄이려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담배가 독이라고 떠들어대도 애연가에게는 결코 버릴 수 없는 최고의 친구다. 많은 애연가들이 몇 차례 이를 악물고 금연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실제로 금연 성공 확률은 3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가 이런 애연가들을 위해 흡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흡연법을 소개한다.
흡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우선 담배 연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시지 않도록 한다. 담배 연기를 폐까지 완전히 흡입할 경우 니코틴의 90%이상, 일산화탄소는 50% 이상이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첫 모금은 반드시 그대로 내뱉는 게 좋다. 연기가 가장 습한 상태라 니코틴이 액체 상태로 녹아 있는데다가 가장 힘차게 빨기 때문에 니코틴 함유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또 가능하면 한 개비를 다 피우지 말고 3분의 1까지만 흡연하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전체 니코틴의 4% 정도만 흡입하게 되는 반면, 3분의 2까지 피울 경우에는 전체 니코틴의 9% 정도를 흡입하게 된다.
천천히 피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급히 빨면 연소 온도가 높아져 유해 물질이 생성되기 쉽다.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피다 보면 연기도 깊이 흡입하게 된다.
담배를 피우면서 술이나 커피를 마시면 몸에 더욱 나쁘다. 알코올은 담배 연기에 포함된 유해성 물질을 녹여 이들의 체내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흡연자들은 매일 색깔이 다른 3가지 이상의 야채와 2가지 종류의 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며 “음식물로 섭취하기 어렵다면 항산화제(비타민 C, E)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녹차, 해조류, 등푸른 생선 등도 담배의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데 좋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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