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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식사요법도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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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식사요법도 치료

입력
2002.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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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영양이나 식사요법에 관련된 연구는 주로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동물성지방 섭취를 줄이면 심장병 발생을 막을 수 있다든지, 식이섬유를 많이 먹으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 그 예다.그러다 보니 정작 질병이 발생했을 때에는 식사요법이 오히려 등한시되는 경향이 있다. 환자는 식사요법보다 의사의 처방전에 더 매달리게 되고, 의사도 익숙치 않은 영양상담이나 식사요법보다 약물요법을 선호하게 된다.

지방간이나 고지혈증 환자들에게 식사요법이 곧 ‘치료’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반드시 약을 쥐어주어야 만족하고 돌아가는 환자들이 있다. 아직도 질병은 약이나 주사로 치료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현행 의료보험 제도도 의사의 상담에 대해 수가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비만 환자에게 식사조절에 대해 30분 동안 열심히 상담해 주어도 감기환자를 5분간 진찰한 후 받는 진찰료와 다르지 않다.

약을 받아가는 환자들도 의사가 열심히 설명한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약만 잘 먹으면 낫겠지 하는 생각 뿐이다. 의사도 약물치료를 식사요법과 ‘병행’ 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환자가 그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믿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식사요법은 약물요법과 마찬가지로 분명히 질병 치료의 하나다. 특히 비만증, 대사증후군,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같은 만성 질환에는 절대적이다.

염증은 항생제로 깨끗이 없앨 수 있지만 이런 만성 질환은 완치가 있을 수 없다. 혈압 약이나 당뇨병 치료제는 혈압과 혈당을 끌어내리는 역할만 할 뿐 약을 끊으면 다시 올라간다.

즉 혈압이나 혈당을 ‘조절’ 하여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행을 막는 것이 목표다. 당뇨병 환자가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혈당이 잘 조절된다면 당뇨병 치료제를 평생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중증 심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식사요법을 실시한 결과 관상동맥 혈관에 더 이상 찌꺼기가 쌓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미 있던 찌꺼기가 줄어들면서 막혀있던 혈관이 뚫어지고 협심증 증상도 호전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들은 식사요법 말고도 규칙적인 운동, 금연, 스트레스 조절 등을 함께 시행하였기 때문에 식사요법 자체가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알기 어려우나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양식의 개선이 질병 예방은 물론 질병 치료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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