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1명을 태운 북한어선이 18일 오후 서해 공해상을 통해 귀순해 왔다.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30분께 인천 옹진군 덕적면 울도 서쪽 17마일 해상에서 서해안 쪽으로 접근하던 20톤급 목선을 해경 경비정 119호가 발견, 정선을 명령하고 검문한 결과 남자 14명, 여자 7명 등 북한주민 21명이 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중에는 어린이 10명이 포함돼 있다.
해경은 발견 당시 이들이 “우리는 북에서 온 사람들이다. 남조선에 가고 싶다”며 귀순의사를 밝힘에 따라 현장에서 선장 순용범(46·평북 신의주시 남하동 15반)씨와 기관장 이경성(33)씨를 제외한 19명을 경비정으로 옮겨 태운 뒤 어선을 예인, 19일 오전 3시께 인천 해군항 부두에 도착했다.
관계당국은 이들을 인천시내 모처로 이송, 이들의 정확한 신원과 탈북 경위 등을 정밀조사 중이다.
해경은 1차 조사결과 중국 저인망 어선 형태의 이 목선이 북한 114 지도국 소속으로 17일 새벽 4시께 신의주 남쪽 청천강 하구 부근의 평북 선천군 홍건도 포구를 출항한 뒤 공해상으로 멀리 우회해 남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경 관계자는 “승선자 21명은 선장 순씨 일가 17명과 방희복(45)씨 일가 3명 등 2가족 20명과 기관장 이씨로 구성돼 있다”면서 “배에 압력밥솥과 가스·기름버너를 포함한 취사도구와 TV, 쌀 5kg, 소금 8포, 경유 650ℓ등이 적재돼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이들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선박을 이용한 탈북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장 순씨는 “10년 전부터 탈북을 생각해오다 2년 전 선장이 된 뒤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 왔다”며 “함께 온 아버지 순종식(70)씨의 고향은 충남 논산으로 16살 때 의용군으로 붙잡혀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국을 거치지 않고 남한으로 직접 넘어온 대규모 탈북은 1997년 5월12일 안선국(53)씨 일가 등 2가족 14명이 어선을 타고 표류하다 백령도 부근에서 발견돼 귀순한 이후 두번째이며, 앞서 87년 1월15일에는 김만철(金萬鐵·61)씨 일가족 11명이 어업 단속선을 이용해 함남 청진항을 탈출, 역시 표류하다 발견돼 일본과 대만을 거쳐 다음달 9일 서울에 도착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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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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