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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광복절에 바라본 남북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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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광복절에 바라본 남북화해

입력
200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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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15 광복절에는 집집마다 유난히 태극기를 열심히 내다 거는 모습들이었다. 월드컵 때 받은 태극기 물결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올해는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도 다시 열려 화해와 협력도 다짐하였고 8·15 민족통일대회도 처음으로 열려 남북이 어울려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참으로 뜻 깊은 광복절이 아닐 수 없다.북녘의 동포들까지 와서 함께 경축하는 광복절인데도 그렇게 반갑고 기쁘지 만은 않고,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지는 것은 또 무슨 연유일까. 아마도 지난 6월 말에 일어난 서해교전과 그 때 애석하게 희생된 우리의 아들들에 대한 생각 때문인 것도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희생자 중 한상국 중사의 시신은 엊그제야 발견되어 다시 한번 우리를 분노케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며칠 후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린 것이다. 이 회담을 위하여 북한측 대표자들은 웃는 낯으로 서울에 왔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이렇게 와서 웃으며 만날 것이면 왜 그러한 도발행위를 하였는가.

그것도 남쪽의 동포들이 전 지구촌 손님들을 모셔놓고 단군 이래 가장 큰 잔치를 벌리고 있는 때에 말이다. 그렇게 하여 북한이 얻은 것이 무엇인가. 그러한 도발이 북한도 부르짖는 남북간 화해와 협력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이해도, 용서도 안 되는 일이다.

북한의 처사를 용서할 수 없고, 그들의 속셈마저도 도대체 알 수가 없는데, 서울을 찾아 온 북녘 동포들을 분노나 원망의 눈빛으로만 대할 수는 없고 ‘억지 웃음’이라도 보여주려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언젠가는 다시 하나로 어우러져 살아야 할 우리의 한 핏줄만 아니라면 천금을 준다한들 이렇게 빨리 만나주겠는가. 우리의 아들들을 잃은 슬픔과 분노가 이렇게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데 말이다.

사과같은 사과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운명을 타고난 우리 민족이다. 8·15는 일제의 압제로부터의 해방이요 독립인가 했더니 이 민족의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안타깝고 답답하기는 다음달에 열리는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부딪히게 될 북한 선수단의 인공기 사용문제를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실정법상 아직도 반 국가단체인 북한 인공기가 경기장과 거리에서 휘날리는 것을 어떻게 보겠느냐는 국민도 많은 것 같다.

북한팀을 응원하는 우리의 젊은 서포터스들이 어쩌다 인공기를 들고 거리로 나오기라도 한다면 ‘남남(南南)갈등’이 또 불거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고 북한을 초청해 놓고 그들의 국기인 인공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딜레마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북한과의 화해·협력 관계의 추진이나 북한 선수단의 초청 자체가 북한에 대한 실정법상의 반국가단체로서의 취급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아시안게임기간 동안 인공기 사용으로 야기될 남남갈등이 우려될 정도로 우리의 체제가 아직도 그렇게 허약한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자신이 없는데도 정부가 남북교류나 협력을 추진하여 왔다면 그것 자체가 참 위험한 일이 아닌가.

그리고 혹시라도 우리 사회가 아직은 그렇게 단단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그 허약의 요인을 젊은이들의 친북성향에서만 찾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고위 공직자를 포함하여 이른바 이 나라의 5%내에 속하는 특수계층들이 최근에 보여주고 있는 반사회적이고 이기적인 행태에서도 계층간의 위화감과 갈등의 요인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들의 그러한 행태가 이 나라의 젊은이들을 체제비판적이 되도록 만들고 있니는 않은가. 아, 남북이 하나되어 이런 저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될 광복적은 언제나 올것인가.

/서광민 서강대 사회과학대 학장 겸 공공정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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