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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남북 최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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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남북 최고시인

입력
200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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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의 시는 시 자체로도 애송되지만, 또한 많은 노래가 되어 민족정서의 강을 타고 흐른다. 50여 명의 작곡가가 많지도 않은 그의 시에 곡을 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우리 문학사상 가장 행복한 시인일 것이다.시 ‘진달래꽃’은 다섯 작곡가가, ‘초혼’ ‘금잔디’ ‘가는 길’은 세 명이 각기 다른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그 노래들은 동요와 가요, 가곡으로 다양하게 작곡되어 여러 세대의 기쁨과 그리움, 서러움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의 시가 민족정서의 원형에 가장 근접해 있는 까닭일 것이다.

■ 올해는 소월 탄생 100주년의 해다. ‘현대문학’지가 이를 기념해 꾸민 8월호 특집에는 12명의 시인ㆍ평론가가 글을 싣고 있다. 여러 관점에서 그의 시를 재발견하고 있지만, 정효구씨의 평론은 소월 시의 주조를 이루던 ‘정한(情恨)과는 다른 국가민족관을 드러내 밝혀준다.

‘빼앗긴 땅, 꿈꾸는 노동’이라는 그의 글은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 대일 땅이 있었드면’이라는 시를 분석하고 있다. 이 시는 서정보다는 남성적인 강인한 언어로 망국민의 비애와 현실 극복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 대일 땅이 있었드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손에/ 새라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나가니, 볼지어다…> 북한 자료에 따르면 소월의 이런 정서가 결코 이채로운 것이 아니다. 소월은 오산학교 동급생을 선동하여 3ㆍ1만세운동에 참여한 후 일경에 잡혀가던 중 탈출했다고 한다. 북한은 물론 구 소련 문단까지도 일찍부터 소월의 문학적 업적을 높이 평가해 왔다.

■ 최근 창간된 ‘시인세계’지가 ‘한국현대시 100년, 100명의 시인ㆍ평론가가 선정한 10명의 시인’이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김소월이 87명의 추천을 받아 최고 시인의 자리에 올랐다.

소월은 1925년말 6명의 자녀를 남겨 놓고 돌연 사망했다. 사인은 마약중독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월이 살았던 시대는 불행했으나, 남과 북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일치되는 것이 반갑고 다행스럽다. 친일문학에 대한 사죄와 반성으로 소란스런 요즘, 불우했던 소월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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