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16대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대선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5월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확정 이후 3개월간 지속돼온 ‘이회창(李會昌)-노무현(盧武鉉)’의 양자 대결구도가 민주당 내분과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신당창당 움직임에 따라 3자 또는 4자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아직은 초입단계이지만, 각 진영의 기류에 비추어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신당의 정몽준 후보가 맞서는 3자 대결은 거의 확정적이다.
노 후보는 당내 일부 반노(反盧) 세력의 후보직 사퇴 압박과 탈당 움직임에 개의치 않고 국민경선 후보임을 앞세워 대선레이스를 완주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노파가 탈당하면 민주당을 명실상부한 ‘노무현 당’으로 개편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의원은 16일 “원내 중심의 신당을 만들겠다”며 무소속이 아닌 신당 창당을 통한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박근혜(朴槿惠) 한국미래연합 대표와 민주당 탈당파 등을 우선 끌어안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자민련과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를 아우르는 신당을 추진하고 있어 이 신당이 정 의원과 행로를 달리하게 되면 ‘제4 후보’가 더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당초 민주당의 목표였던 대선 전 ‘반(反) 이회창’ 연대는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들 후보군의 우열과 대통령 후보 등록 시 대선 구도는 정 의원의 선택과 민주당 내분사태의 향배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사태가 당이 양분되는 상황까지 비화하면 탈당 의원들은 정 의원을 신당 후보로 추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 의원은 원내 기반까지 확보하면서 대선 행보에 한층 탄력을 얻는다.
거꾸로 이 의원을 중심으로 한 몇몇 의원의 탈당으로 사태가 수습된다면 정 의원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이인제 신당’과 제휴를 모색할 것인지, 아니면 당분간 독자 행보를 계속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전자를 택해 정몽준-이인제-박근혜-김종필'의 4자연대가 성사된다면 민주당 의원의 추가 이탈을 부르는 등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정 의원이 나름대로의 정체성과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이 의원 등과 원만히 결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대선 구도의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각개 약진하던 일부 후보가 판세가 드러나는 선거전 막판 권력분점 약속 등 ‘빅딜’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각 후보의 성향과 이해관계 등에 비추어 이인제 신당이 별도 후보를 낼 경우 결국 정 의원의 손을 들어줄 개연성이 가장 큰 것으로 관측된다.
대선구도의 다자 대결 재편은 세대와 지역, 이념 등 후보들의 지지 기반을 중첩 시켜 선거 막판까지 서로 물고물리는 극심한 혼전양상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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