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의 일부였으나 소련의 자치주를 거쳐 자치공화국으로 독립한 투바. 양자전기역학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1918~1988)은 1977년 늦은 여름 친구 랄프 레이튼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우연히 투바라는 이름을 떠올린다.어린 시절 우표 수집광이었던 파인만은 1930년대 탄누 투바(투바는 1914년 러시아제국에 귀속됐다가 1921년 탄누 투바 인민공화국으로 독립을 선언한다)라는 낯선 나라에서 만든 우표를 그때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모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상한 이름의 수도 키질(Kyzyl)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파인만은 레이튼과 미지의 땅 투바를 여행하기로 하고 준비를 시작한다. 대학 도서관을 뒤져 관련 서적과 자료를 찾고 투바어_러시아어_영어 사전을 구해 말을 배운다. 라디오 방송국과 투바언어문학역사연구소에 서툰 투바어로 편지도 보낸다.
그렇지만 계획은 순탄하지 못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올림픽 보이코트 등 전세계가 이념 대결을 펼치던 당시, 소련의 자치공화국 투바를 미국인이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냉전 체제와 언어 장벽이라는 어려움에 부닥치면서도 투바와 키질을 공부하고 그곳에 갈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강구했다. 그러나 계획을 추진중 암에 걸린 파인만은 끝내 결실을 보지 못한 채 1988년 세상을 뜨고 몇 달 뒤 레이튼 혼자 키질에 입성한다.
파인만은 포기라는 단어를 끝내 입에 올리지 않았다. 레이튼이 파인만을 위해 쓴 추억과 그리움의 기록인 이 책에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에서 가장 알 수 없고 신비로운 나라를 방문하고자 했던 한 천재과학자의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다.
랄프 레이튼 지음ㆍ안동완 옮김 해나무 발행ㆍ1만2,000원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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