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정연(李正淵)씨 병적기록표상에 서울지방병무청장과 징병관 대신 다른 직원의 직인이 찍힌 경위를 조사중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병적기록표 위·변조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청장 직인 대리날인 경위 의혹
병적기록표에는 입영대상자의 역종과 함께 관할지방병무청장과 징병관의 확인직인이 기재된다. 당연히 정연씨 기록표에도 1991년 2월 당시 서울지방병무청장과 징병관이었던 김병규(金秉圭), 권오중(權五仲)씨의 도장이 찍혀있어야 정상이다.
문제는 이들 대신 그 자리에 이영민, 이섭이라는 이름의 직인이 찍혀있다는 것. 이영민(李永敏)씨는 과장직을 끝으로 퇴직한 전 병무청 직원으로 확인됐다.
이섭씨의 경우 신원확인이 되지 않았으나 비슷한 경우로 추정된다. 곧이 곧대로 해석할 경우 병무청 직원들이 불법, 월권행위를 했다는 결론이 도출되는데 현실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민주당 등에서는 이를 병적기록표 위·변조의 결정적 물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검찰에 소환된 병무청 직원도 “실무처리 과정에서 청장과 징병관의 위임을 받을 수는 있으나 그렇더라도 직원 자신의 직인을 사용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신의 직인을 찍은 때도 있었다”라면서도 “그 시기가 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 대책없는 의혹확산
정연씨 병적기록표에 대한 의혹만 벌써 10여 가지 이상이 됐으나 아직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시발점인 정연씨 이름 오기부분도 마찬가지. 특히, 최근 소환된 관련자가 “등본을 토대로 이름이 기재되기 때문에 한자가 틀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오히려 의심이 짙어진 상태다.
검찰 조사결과 사진과 병무청 철인 누락도 상당히 드문 경우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정연씨의 동생 수연(秀淵)씨의 병적기록표에 ‘징병소집명령’이 명확하게 기재된 것으로 확인돼 정연씨 서류상에 소집명령과 현역입영대상 표시가 돼 있지 않은 경위도 더욱 의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검찰 관계자가 “정연씨 병적기록표 양식이 다른 사람들의 서류와 다른 형태라는 점도 조사 중”이라고 밝힌 부분도 기록표 작성시기 논란과 맞물려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다.
초기 병적기록표 작성자인 종로구청 직원이 “내 필적이 아니다”라고 밝힌 부분이나 백일서(白日瑞) 전 춘천병원 진료부장의 서류 앞·뒷면 필적이 서로 다른 것 같다는 의혹 등 필적 논란도 여전히 미제사안.
이 밖에 ▦정연씨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잘못 기재된 경위나 ▦서울지방병무청장의 확인대조 직인이 누락된 부분 ▦수연씨 병적기록표상 부모난에 백부모의 이름이 기록된 경위와 ‘백’자가 가필됐다는 의혹 등도 여전히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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