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기업들의 경영성적표는 ‘매출액 정체, 수익성 개선’으로 요약된다. 또 사상 처음으로 전 업종이 모두 흑자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남겼다.하지만 상반기 순이익의 상당 부분은 1분기에 벌어놓은 것이다. 상장기업의 2분기 순이익은 1분기보다 29.4% 줄었고, 코스닥기업은 50%나 급감했다. 따라서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수출 회복세가 지연될 경우 하반기 수익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 수익성 개선ㆍ매출액 정체
상장업체중 제조업의 수익성이 크게 호전됐다. 반도체, 자동차, 무선단말기 등의 수출 증가와 구조조정을 통한 적자폭 축소 등으로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93% 증가한 15조6,9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적자를 냈던 123개사 가운데 60%에 달하는 73개사가 흑자로 전환했다. 제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율도 지난해 동기보다 0.81%포인트 증가한 7.85%로 나타났다. 1,000원 어치를 팔아 79원의 영업이익을 낸 셈이다.
금융업도 지속적인 구조조정에 힘입어 순이익이 4.36% 증가한 1조3,52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동기대비 0.67% 포인트 감소한 11.76%.
반면 상장기업 전체 매출액은 0.69% 증가에 그쳤다. 내수시장 호조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 상장사 전업종 사상 처음 흑자
대표적인 내수업종인 유통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의 고급화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동기보다 1,278.02% 증가한 7,1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기전자(855.84%), 건설(278.42%), 섬유의복(232.0%)도 순이익 증가율 상위업종에 포함됐다.
지난해 상반기 적자를 냈던 운수창고와 의료정밀도 대한항공, 삼성테크윈 등이 큰 폭의 순이익을 낸 데 힘입어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음식료는 지난해 동기보다 23.31% 줄어든 3,71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유일하게 흑자규모가 줄었다.
기업별로는 전체의 85.29%인 435개사가 흑자를 기록했고 적자는 75개사(14.71%)에 불과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 신원이 지난해 71억 흑자에서 올해 501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진흥기업(-493억원), 남해화학(-268억원), 건영(-217억원) 등도 순손실을 기록했다.
● 11개 그룹 순이익 지난해 2배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19개 중 공기업을 제외한 현대, LG, SK, 현대차 등 11개 그룹의 상반기 순이익은 8조7,29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4.28% 증가했다. 특히 삼성그룹의 순이익은 70.23% 증가한 4조5,436억원으로 11개 그룹 전체의 절반(52%)이 넘었다.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1조5,217억원의 순이익을 낸 SK로 지난해 동기보다 135.89% 늘었다.
LG(신규 상장ㆍ분할 재상장 제외)는 데이콤과 LG산전의 흑자전환으로 121.68% 증가한 2,7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적자였던 한진(3,769억원), 현대(1,077억원), 현대중공업(736억원), 금호(730억원), 한화(87억원) 등도 흑자 전환했다. 두산은 51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유일하게 지난해 동기보다 81.46% 감소했다
● 부채비율 15% 줄어 재무구조 안정
상장사의 총 부채는 255조5,03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8조6,923억원(6.82%) 감소, 부채비율이 113.21%로 15.78% 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출자전환,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총계는 6.17%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4만1,537.90%를 기록한 카스코가 가장 높았고, 이어 한국합섬(7,460.66%), 경기화학공업(7,036.25%), 한익스프레스(3,042.18%) 등의 순이었다.
반면 디씨엠은 부채비율이 7.70%로 가장 낮았다. 조흥화학공업(10.89%), 대덕전자(11.04%), 세양산업(11.29%) 등도 재무구조가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부채총계는 한전이 17조5,32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T(13조6,936억원), 현대차(10조7,532억원), 삼성전자(8조9,37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 코스닥 벤처기업 영업이익 43% 감소
코스닥시장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순이익이 전체의 80.05%인 1조2,266억원를 차지, 기업별 편중현상이 심했다. 특히 수익모델이 취약한 벤처기업은 170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전체 351개사 중 41%(141개)가 적자였다.
영업이익은 1,749억원으로 43.4% 감소했다. 하지만 적자폭이 지난해 하반기(3,000억원)보다 크게 감소한 데다 매출액이 10.5% 증가, 하반기엔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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