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산사에서 불자(佛子) 교수 300여명이 모여 사회의 제반 문제에 대한 불교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다.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연기영ㆍ교불련) 주최로 22일부터 2박3일 동안 강원도 백담사에서 열리는 한국교수불자대회는 전국의 1,200여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전국대회. 올해에는 300여명이 행사에 참여할 전망이다.
교불련은 1988년 발족한 이래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원불교 등 다양한 종단의 불자 교수들이 가입해 있다. 그동안 각 지부에서 학술대회 위주로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산사에서 전국적인 규모로 수련대회를 겸하는 행사를 열기로 했다.
교불련은 올해 설악산을 시작으로 2003년 오대산, 2004년 태백산 등 전통 사찰이 있는 곳으로 옮겨가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22일 백담사 선불장(禪佛場)에서 입재식(入齋式)을 갖고 오전 4시 기상, 새벽예불, 108배, 참선 등 출가자와 똑같은 수련생활을 한다. 23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는 잠을 자지 않고 수행하는 철야정진도 진행할 예정이다.
행사의 취지는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절실한 과제를 공론화하고 불교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불교의 위상을 강화하자는 것. ‘어울림과 나눔의 세상’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민족화합, 정치ㆍ경제ㆍ사회, 과학기술, 환경, 문화, 예술 등 6개 분과로 나뉘어 28명이 발표에 나선다.
학술발표 전 기조발제에서는 정천구 영산대 국제학부 교수가 ‘불교인의 정치 참여’를 주제로, 백경남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불교적 정치인상’을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12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두 학자는 불교인의 정치참여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정치계에 대승적 구원의 종교로서 불교가 가진 자비의 정신을 회복할 것을 주문한다.
백 교수는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큰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닌, 삶의 주체적인 변화를 위한 실천의 부처를 지향하는 사려 깊은 자비 정신이야말로 지역, 계층, 세대, 학벌간의 갈등을 넘어서는 사회통합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철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생명공학에 대해 불교 교리에 입각한 입장을 정리해 눈길을 모은다.
김 교수는 ‘생명공학에 대한 불교윤리적 조망’이라는 발표에서 “기독교인들은 유전자의 조작 자체가 신의 섭리를 거스른 죄악이라고 주장하지만, 불교적 견지에서 볼 때 ‘유전자가 조작 가능하다는 사실이 바로 자연의 섭리’라고 말할 수 있다”며 “생명과학은 유전자는 물론이고 인간과 세계, 생명과 물질 모두의 토대가 되는 연기법(緣起法)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조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다만 생명공학 기술이 인간의 탐진치(貪瞋癡)에 영합하거나 그를 조장하는 역할을 할 경우 죄악이 될 것”이라고 덧붙여 무분별한 생명공학 실험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또 이해영 경일대 행정학과 교수가 중론과 화엄철학을 적용한 새로운 정책이론의 가능성을 발표하고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가 21세기 패러다임으로서 원효화쟁사상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등 현대 사회 전반의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불교적 해법이 제시될 예정이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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